[후진타오 중국부주석 방한 4박5일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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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 (胡錦濤) 국가부주석은 4박5일간의 방한을 통해 큰 걸 찾고 작은 걸 내주는 중국 특유의 '큰 외교' 를 구사했다. 'IMF한국' 에 도움이 될 선물보따리를 푸는 대신 중국의 거시적 관심인 '하나의 중국' 과 '21세기 동북아 중심국' 의 두가지를 확실히 챙겼다.

그는 한국엔 치명적일 수 있는 위안 (元) 화 평가절하를 않겠다고 천명했다. 중국내 5백만명의 해외여행 가능인구가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여행자유화 국가지정도 수용했다.

남북대화에 대해서도 그는 "북한에의 내정간섭이라 언급하지 않겠다" 는 과거 중국지도층 답변과는 달리 "대화는 많이 할수록 좋다" 고 한국을 측면지원하는 태도였다.

동시에 그는 "하나의 중국은 반드시 지켜달라" 며 우리측의 의리를 거듭 요구했다. 최근 1백억달러 제공설, 투자사절단 파견 등으로 한국과의 관계복원을 '유혹' 하는 대만을 차단하겠다는 것.

胡부주석이 한나라당의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이세기 (李世基) 의원 등 야당 인사를 만난 것도 '의리는 지키라' 는 일종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胡부주석은 중국이 21세기 동북아의 형님국이 되겠다는 '의지' 도 각인시켰다.

그는 "한.중.일은 이번 경제위기에서 한 국가가 타격을 받을 경우 다른 국가도 큰 손해라는 것을 체득했다" 며 "21세기에는 3국간 협력이 중심이 돼야한다" 고 강조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측은 1일 방한에 앞서 우리측에 "후진타오가 무슨 얘기를 하고 갔는지 꼭 알려달라" 며 동북아를 둘러 싼 미.중간의 치열한 신경전을 감지케 했다. 다음은 胡부주석의 30일 기자회견 요지.

- 위안화 평가절하를 않는다는 게 확실한가.

"정중하고 근거있는 약속이다. 우리 외환보유고는 1천4백억달러를 넘어섰고 외채는 1천3백억달러 규모다. 외채의 86%는 그나마 중장기 부채다. 싼 임금으로 수출경쟁력도 있고 금융체제 구조개선도 추진중이어서 약속준수를 확신한다."

- 중국 연안의 공업화로 황해오염이 심각한 데 중국측 대책은.

"황해유역 수질보도에 유의하고 있다. 우리는 환경개선을 고도로 중시, 환경보호법을 제정하고 국민경제.사회발전계획에 오염퇴치를 포함시켰다."

- 한국 새 정부의 남북한 대화와 4자회담에 대한 중국 시각은.

"한반도의 가까운 이웃으로서 최근 남북한의 관계개선 움직임을 환영하며 관심을 갖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건설적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

제주 = 최훈 기자〈cho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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