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립학교 인턴십 참여 이예솔씨

중앙일보

입력


①이예솔씨가 루더잭슨 중학교 ESOL 수업에서 교정 워밍업
수업을 하고 있다.
②수업이 끝난후 이예솔씨가 수퍼바이저 크리스티나 맥클레
인(오른쪽) 선생님과 다음날 수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③이예솔씨가 루더잭슨 중학교에서 ESOL반 학생들을 지도
하고 있는 모습.

미 공립학교 인턴십 참여 이예솔씨
“역사 수업에 게임도 곁들여 재미있어요”

불황으로 더욱 높아진 취업문턱. 해외인턴십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디딤돌로 주목 받고있다. 해외인턴십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3월 중앙일보가 진행한 제1회 예비교사 인턴십에 참가한 고려대 이예솔(영어교육과3년)씨를 통해 ‘글로벌 현장학습 24시’를 들여다보았다.

“처음엔 한 반에 학생수가 10명 미만인데도 중국·브라질·엘살바도르 등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게 낯설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학생들과 친해져서 하루라도 못보면 궁금해요.”

AM 06:30
미국 워싱턴 DC 포토맥 강변에 아침 햇살이 스며들 무렵, 이예솔씨는 학교갈 준비에 분주하다. 이씨는 페어팩스 카운티 루더잭슨 중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하고 있다. 3개월전만 해도 일찍 일어나는게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오전 6시만 되면 자동적으로 눈이 떠진다.

AM 07:05
“준비 다 됐니? 학교 가자.” 1층에서 홈스테이 맘의 목소리가 들린다. 홈스테이 맘은 이씨가 일하고 있는 루더잭슨 중학교의 영어교사 바버라 애틀라스씨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차로 약 20분.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새학교에 도착해있다. 이씨는 ESOL(Engl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s) 레벨 1 Literacy를 맡고있는 크리스티나 맥클레인 교사의 교실로 향한다. 그녀는 맥클레인 교사의 수업을 보조하며 교수법을 배우고 있다.

학생들이 “Good Morning. Ms. Lee”를 외치며 반갑게 그녀를 맞는다. 학생들이 10명밖에 되지 않다보니 이씨는 학생들의 이름은 물론 성격까지 다 파악하고 있다. 학생들이 모두 교실에 들어오면 텔레비전을 켠다. 교내방송을 보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이씨는 처음 수업을 시작할땐 준비해온 것을 다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 학생들이 빨리 따라오지 못하는 게 답답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이해를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는 걸 깨닫고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욕심과 열정은 다른 것 같아요. 얼마나 많은 내용을 가르치냐가 아니라 하나라도 제대로 이해시키는게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AM 07:50
드디어 수업 시작이다. 그녀는 전날 내준 숙제부터 확인한다. 숙제에 대한 답 맞히기가 끝나자 그녀는 준비해 온 예문을 칠판에 적었다. 잘못된 문장을 예시한 뒤 학생들로 하여금 Proofread(교정)하도록 하는 수업이다. “Ms. Lee will come to United state of American on March 3th. She are teached ESOL student at luther Jackson middle School… What is wrong in these sentences?(이 문장에서 잘못된 점은 뭘까요?)” “Is there anyone who want to come to the front and correct the mistakes?(앞으로 나와서 잘못된 점을 고칠 사람?)”

교실 여기저기서 “Me”, “Me”를 외치며 손을 든다. 교사가 질문하면 조용해지는 한국교실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학생들은 답이틀리더라도 서슴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데 익숙해요.” 미국교사들은 조용한 교실보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것을 권장한다. 따라서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져 학생들이 답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예문 교정을 마치고 학생들이 작성한 에세이 3개를 보면서 잘한 점과 잘못한점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씨는 다음날 있을 작문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어떻게 써야할 지 꼼꼼히 설명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보니 될수록 쉬운 표현을 이용해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교와 대조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Akeelah and the Bee’라는 영화를 20분간 감상했다.

AM 09:25
1교시가 끝났다. 그녀는 맥클레인 교사와 함께 교실 앞에서 다음 시간 학생들을 기다리며 라커에서 학생들이 싸우지는 않는지 주시한다. 미국은 중학교때부터 담임교사란 개념이 없고 학생들이 자신이 신청한 수업을 찾아 교실을 옮기기 때문에 쉬는 시간 복도가 혼잡하다. 몇분 후 또 다른 ESOL 레벨 I 수업이 시작된다. 이 반은 학생정원이 7명으로 1교시보다 학생들 수준이 높아 수업 진행이 수월하다. 11시. 수업이 끝나고 교사들의 점심시간이다. 이씨는 집에서 싸온 빵과 과일을 꺼내 교실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다. 오후부터는 다른 교사의 수업을 참관한다. 직접 가르치면서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수법을 보고 배우는 것도 ‘좋은 교사’가되기 위해 필요한 자세다. 낮 12시, 미국역사교실에 들어갔다. “역사수업이라 딱딱할 줄 알았는데 게임도 하고 여러 활동이 많아 학생들도 재미있어 할 뿐만 아니라 더 쉽게 이해하는 것 같아요” 수업이 끝나면 맥클레인 교사와 그날 수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다음날 수업 계획을 짠다. 그리고나서 7명의 교사들과 팀 미팅에 참여한다. 여러 과목 교사가팀을 이뤄 학생 및 수업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PM 03:00
오후 3~4시는 방과후 수업. 정규교사가 아닌 이씨가 참가할 의무는 없지만 학생들과 더 가까워지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학생들이 영어에 익숙해 지도록 돕기 위해 자원했다. “학생들이 혼자 공부할땐 힘들어 하지만 옆에서 도와주면 더 열심히 하려 해 보람을 느낍니다. 퍼즐 맞히기, 영어단어 카드게임을 하면서 좀더 친해질 수도 있구요.” 바쁜 일과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4시다. 바버라씨 차를 타고 집에 오면서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한다.
 
집에 도착하면 주방으로 향한다. 식기세척기에서 그릇을 꺼내 정리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집안일을 가족끼리 분배해서 하잖아요. 저도 가족의 일부니까 제 몫을 해야죠.” 그릇정리를 마친 이씨는 인턴십 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보고서(Daily Report)를 작성한다. 6시 쯤 애틀라스씨와 함께 집근처 헬스센터에서 에어로빅이나 가벼운 운동을 한 후 저녁식사를 한다.

PM 09:30
그녀는 꼭 가족들과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시사 상식을 쌓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같이 얘기를 하며 친해질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밤 11시. 이씨는 잠들기 전 매일 한국의 가족과 통화를 한다. “하루를 돌아보며 부모님과 얘기를 하다보면 힘이 나지요.”

미주 중앙일보 박희영 기자 hypar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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