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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MBC '그대 그리고 나' 작가 김정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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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동안 정을 준 연속극이 끝나면 시청자는 찬이 소홀한 저녁상을 받을 때처럼 섭섭한 법. 그러나 MBC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 를 끝낸 작가 김정수 (49) 씨는 "기말고사가 끝난 느낌" , 그중에서도 "시험을 잘 치고 난 느낌" 이라고 개운한 소감을 털어놓는다.

최종회에서 55%의 시청률을 기록, 방송3사 시청률조사가 단일화된 93년 이래 최고 기록 (65%, KBS '첫사랑' 마지막회) 갱신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최진실.박상원.송승헌.차인표.김지영.서유정 등 젊은 스타들과 최불암.박원숙.이경진.양택조 등 중장년급 연기자가 어우러진 '그대 그리고 나' 는 MBC가 날린 모처럼의 장타 (長打) .감각적 영상 위주의 트렌디 드라마 유행에 밀렸던 '줄거리 중심의 드라마' 가 다시 드라마 판도의 중심에 서고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79년 MBC '제3교실' 드라마공모에 당선된 이래 작가인생 20년째에 접어든 김씨 스스로도 '그대 그리고 나' 의 성공요인으로 "환상의 캐스팅, 최종수PD의 집요한 연출" 과 함께 "뚜렷한 이야기" 를 꼽는다.

그런 만큼 후배 세대 작가에 대해 "지나치게 영상에 신경을 쓴다" 고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일. "요즘 드라마는 캐릭터는 있으되 구체적인 인물은 없다" 라고 알듯말듯한 표현을 한다.

"TV드라마의 숙명은 '보여지는 것' 이지만 '보여지는 것' 이 다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컨대 '그대 그리고 나' 에서 권은아씨 배역은 퇴폐면도사를 하다가 자기랑 비슷한 사기꾼 남편을 만난 인물이거든요. 방송에서는 그게 안 보이더라도 몇 살 먹었고, 어떻게 해서 그 나이까지 온 인물이란 설명이 없으면 안되는데 어떤 드라마들은 그런 구체성이 없으니까 경박해지고 그래서 인물 자체가 구차해지고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주인공은 굉장히 잘 그려도 조연들은 마치 종이 인형 같은 걸 많이 봐요. 앞으로는 더 그럴 것 같아요. " IMF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대 그리고 나' 는 극중 사내 커플인 수경의 휴직 등 현실변화에 발빠른 대응을 많이 해왔다.

정작 작가 자신은 "그런 호들갑" 보다는 "자기한테 잘 써지는 분야를 써야한다" 고 생각을 밝힌다.

12년동안 대본을 썼던 '전원일기' 는 기회만 준다면 특집편이라도 다시 써보고 싶은 작품. 과거처럼 농촌사람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얘기 대신, 농촌 사람들이 도시 사람들을 홀려먹는 얘기를 신나고 경쾌하게 그려보고 싶단다.

흡사 '유행가' 같은 연속극의 운명을 아는 김씨는 "얼른 잊혀지고 싶다" 고 덧붙인다.

'그대 그리고 나' 의 인기에 힘입어 이미 상당한 집필료로 SBS와 다음 작품 계약을 마친 상태. 같이 할 연출자는 '전원일기' 시절 3년을 포함, 작가생활 초기10년을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임꺽정' 의 김한영PD.1년뒤 방송예정인 새 드라마 구상 전에 아직 한 번도 못가본 설악산에 다녀오겠다고 한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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