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동창리에 추적레이더 아직 설치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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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이 서해안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으로 옮겨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미사일의 발사는 늦추는 대신 동해안 깃대령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발사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7일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말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평양 부근의 산음동 병기구소에서 열차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로 이송했지만 발사장에 추적레이더와 지원 장비는 아직도 설치하지 않고 있다.

추적레이더는 탄도미사일 발사 때 조종·제어 및 확인을 하는 데 필수적인 장치로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설치된다. 이렇듯 동창리 발사장에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늦어지고 있지만 발사장에 고급 승용차가 빈번하게 드나드는 정황은 포착되고 있다는 게 우리 정보당국의 전언이다. 정부 소식통은 “동창리 기지에 고급 승용차가 계속 출입하고 있는 것이 미사일 발사 준비인지 아니면 다른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를 계속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정보 관계자는 “동창리 기지가 완공됐다면 레이더와 관련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정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사람과 차량의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관측되고 있어 발사장 공사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동창리 기지의 완공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를 동시에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강원도 안변군 깃대령의 미사일 기지에서는 미사일 발사대를 단 차량 5~6대가 수시로 출몰하고 있다는 게 우리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지난 2일엔 3∼4대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차량이 포착됐다가 다시 5∼6대로 늘어나는 등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다는 것이다. 깃대령은 휴전선에서 가까운 동해안에 위치해 남한과 일본 등을 동시에 미사일로 위협할 수 있는 곳이다. 2006년 7월 6발의 중거리 미사일이 동시에 발사되기도 했다.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이들 중거리 미사일에 대해 노출과 은폐를 반복해 유사시에 대비한 훈련도 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거리 미사일은 차량 1대에 1기씩 탑재돼 있어 기동이 편리하다. 우리 입장에선 위치 파악이 어려워 상당히 위협적이다.

북한이 깃대령에서 발사를 준비하는 미사일은 사정거리 3000㎞ 이상의 신형 중거리 미사일 또는 1300㎞인 노동미사일인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깃대령에서의 이런 움직임은 한·미 첩보망을 의도적으로 교란하기 위한 전술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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