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텅빈' 예술무대? 의욕만 넘쳤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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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6시 수서역.
'김진태의 포크송라이브 공연'이 예정된 무대는 썰렁했다. '공연을 왜 하지 않느냐'고 묻자 역무원은 “오늘 공연이 없는데요. 아, 홈페이지에 있어요?”라며 되물었다. “지금 공연을 안하고 있어요. 전화해봤는데 연락이 안되네요. 공연준비가 아예 안돼 있어요.” 역무원은 공연일정도 모르고 있다. 공연팀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4일 오후 6시 선릉역.
예정돼 있던 '주석렬의 포크송라이브 공연'은 하고 있지 않았다. “저희가 알기로는 오늘 공연이 없는 걸로 아는데요?” “공연일정에 있어요? 어디에 나와 있어요? 홈페이지요?” 오히려 되묻는 역무원.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10월 지하철 예술공연 활성화를 위해 오디션을 거쳐 지하철 아티스트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도 레일아트와 함께 상설공연장을 공동운영하고 있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모두 홈페이지는 물론 역마다 지하철 문화예술 공연 일정을 게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지만 해놓고 정작 공연은 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역무원이 아예 모르고 있는 경우도 태반이고, 공연이 취소됐어도 이에 대한 공지는 없다.

지난달 15일 오후 6시 이수역에서 예정됐던 '허길동의 포크송라이브'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이수역 역무원은 “아마 오늘 공연 안할걸요? 공연을 보는 사람이 없어서 공연팀이 잘 안와요. 젊은 사람들은 지하철 공연을 잘 보지 않아요. 주로 노인분들이 단체로 보러 오는데 한우리예술단을 좋아하죠. 그 공연팀은 일정에 맞춰 와요. 그거 보러 오세요”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3일 오후 5시30분 '러브뮤직밴드의 아코디언·트럼펫 공연'을 한다던 합정역을 찾았을 때도 공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공연장소를 안내하는 표시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역무원들은 “오늘이 공연이에요? 내일 아닌가?” “공연 팀에서 연락이 없었어요. 안 하나 보죠” “공연일정 포스터가 어디 붙어 있어요?”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포크송라이브 가수 별라군 씨는 "운영에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공연일정을 검색해보고 찾아오는 일부 ‘고정팬’ 들은 헛걸음만 하고 돌아가기 일쑤다. 수서역에서 만난 유경애(24)씨는 “공연자가 사정이 생기면 공연이 취소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약속을 지키는 게 좋겠다"며 "취소됐다면 취소 사실이라도 미리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지대 최희승 대학생기자
[*이 기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와 조인스닷컴간의 제휴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특정 내용이 조인스닷컴의 시각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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