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안한 고성장' 자가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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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국경제는 아시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전년동기대비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이 지난 1분기중 7.2%를 기록했다. 이 기간중 수출은 13.2%나 증가했다.

외환보유고도 처음으로 1천4백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중국내 싱크탱크들은 혹시 금융위기가 전파되지 않을까 우려,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차원에서 중국경제의 잠재적 불안요인들을 연구하느라 한창 바쁘다.

베이징 (北京) 대학의 중국경제연구센터는 최근 한 보고서를 통해 거시경제상 중국이 당면한 5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다음은 보고서 요지.

첫째, 총수요 부족. 지난 5년동안 긴축정책 때문에 국내수요가 위축돼 경기침체를 맞게 됐다. 지난 92년 총수요 증가율은 17.4%에서 96년 8.5%로 뚝 떨어졌다.

둘째, 한계상황에 다다른 실업문제. 주룽지 (朱鎔基) 총리 취임과 함께 본격화하기 시작한 국유기업.행정 개혁의 결과로 엄청난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무원 (4백만명).군대 (50만명) 감축 등으로 실업률은 8%를 웃도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셋째,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졌음에도 인민폐 (위안화) 를 평가절하하지 않아 수출분야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1분기중 무역흑자는 국내수요 위축으로 수입이 줄어듦에 따라 생긴 것이다. 수출증가세 둔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질 것이다.

넷째, 시중의 실세금리가 높아 기업의 채무부담이 크다. 지난 96년 이후 세차례나 대출금리를 내린 데 이어 지난 3월 또다시 금리를 소폭 인하했다. 그러나 긴축으로 법정금리가 잘 지켜지지 않으면서 실세금리가 높아져 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은행들의 불량채권. 지난 20년동안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은행 대출금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기업이 성공하면 그 과실은 기업이 차지하고 빚은 은행이 떠맡아 상당수 은행들이 빚더미에 올라 있다. 대출금 회수율을 높여 은행자산을 건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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