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정국긴장] 한나라당 규탄대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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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이 잔뜩 격앙해 있다. 흥분을 감추지도 않는다. 일부의원들의 탈당예고는 불에 기름을 쏟은 격이었다.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중정권의 야당파괴 규탄대회' 에는 여권의 정계개편시도, 경제실정, 지역편중인사에 대한 강력한 성토가 잇따랐다.

대회에는 소속의원 90여명과 원외위원장 80여명을 비롯, 당원 4백여명이 참석했다. 긴장된 분위기에서 회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서정화(徐廷華)· 이성호(李聖浩)· 김인영(金仁泳)· 이강희(李康熙)·서한샘의원 등 탈당 예정의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순 (趙淳) 총재는 강한 톤으로 여권비난에 나섰다. 趙총재는 "金대통령은 작금의 경제.정치위기의 모든 책임을 야권으로 돌리려 여러가지 술책을 쓰고 있다" 며 정계개편을 통한 야당파괴시도와 북풍정국조성, 전방위적인 사정수사를 실례로 꼽았다.

그는 정계개편에 대해 "여권은 한나라당을 썩은 고깃덩어리로 취급해 경쟁적으로 파먹을 대상으로 보고 있다" 고 주장했다.

그는 동요의원들에 대한 호소도 잊지않았다. 趙총재는 "국민신뢰를 버리고 여당에 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며 "아직 총선까지는 2년이나 남아 있는 만큼 당선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조금 손해볼 각오로 참아달라" 고 '주저앉히기' 에 안간힘을 썼다.

동시에 여권의 자제도 촉구했다. 趙총재는 "여권은 죽느냐 죽이느냐는 태도가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해야 한다" 며 의원빼가기의 중단을 촉구했다.

신상우 (辛相佑) 부총재도 거들었다. 辛부총재는 "껍데기는 가도 좋다" 며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도 여권의 흔들기에 동요하지 않는 진정한 용기를 보여야 한다" 고 호소했다.

○…정형근 (鄭亨根) 의원은 정세분석보고를 통해 여권의 정계개편시도 뒷배경을 조목조목 따졌다. 정국운영실패로 인한 위기감, 정권유지 불확실에 따른 불안감, 경제실정책임의 탈피 등이 여권으로 하여금 무리수를 두게 한다는 것이 鄭의원의 보고내용.

鄭의원은 "집권초기인데도 공동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만큼 이 정권은 올해말이면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 이라며 성급한 여당행은 자해 (自害) 행위가 될 것임을 주장했다.

여권에 대한 원색적 비난도 쏟아졌다. 김홍신 (金洪信) 의원은 "야당파괴는 정치적 간통" 이라며 "이 기회에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金의원은 金대통령에 대해 원색적인 용어를 사용해 공격했다. 나오연 (羅午淵)·이규정 (李圭正) 의원도 여권의 경제실정과 호남일색의 편중인사를 집중 성토했다.

○…참석자들은 대회가 끝나고 국회본청 현관 계단앞까지 행진한 뒤 "난폭운전 초보여당이 국가운영 다 망친다" "국정혼란 은폐 위한 야당파괴 중단하라" 는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행사를 마감했다.

참석자들은 "당력을 총집결해 야당파괴 공작에 단호히 대처해 나간다" 는 결의문도 채택했다. 그런 결의속에서도 한쪽에선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시지 않았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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