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리해고 때 노조 합의’ 삭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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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산업연구원이 정리해고 때 노동조합의 사전 합의를 얻도록 한 단체협약 조항을 삭제하는 등 단협상의 불합리한 규정을 삭제 또는 수정해 시행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달 초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www.alio.go.kr)을 통해 일부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노사 단체협약 조항이 공개돼 문제가 된 이후 개선한 첫 사례다.

산업연구원 백호기 행정실장은 5일 “단협상의 일부 문제 조항이 사문화된 채로 남아 있었는데 경영정보시스템 공개 이후 노사 합의로 단협을 개정해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새 단협안에선 노조가 인사·경영권에 개입하는 장치를 집중적으로 손질했다. 연구원이 불가피한 사정 등으로 인원을 정리해고할 때 노조에 사전 통보하고 대상 인원, 해고수당 등에 관해 노조와 합의하도록 한 조항을 없앴다. 또 노조 간부를 징계할 때 노조와 사전 합의해야 하는 조항도 삭제했다.

노조 전임자가 상급단체 임원에 취임하는 경우 연구원이 무조건 인정토록 했던 조항은 ‘연구원과 협의해 시행한다’로 바꿨다. 근로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월 209시간)보다 적은 월 184시간으로 정해 놓고, 이를 넘겨 일하면 시간외근무·야간근무·휴일근무 등 연장 근로수당을 주던 규정도 삭제했다. 연구원의 부당 징계 때 임금 미지급분 외에 통상 임금의 100%를 더 배상하도록 한 가산금 규정도 뺐다.

정부는 공공기관 노조가 누리고 있는 특혜와 과도한 처우가 불합리한 단체협약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보고, 단협 개선 여부를 기관장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매년 공공기관 기관장 평가 때 단체협약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했는지를 점검하겠다”며 “노조가 인사·경영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문제 조항이 단협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 감점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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