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무기까지 수출 봉쇄 … ‘북한 돈줄’ 꽉 조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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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돈줄’을 죄는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을 마련했다. 외교 소식통은 5일 “조율할 대목이 아직 남아 있지만 큰 부분에선 관련국 간에 의견 접근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관련국들이 신속하게 최종 합의를 마무리할 경우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보리 5개 상임 이사국과 한국·일본 등 7개국이 협의 중인 결의안은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안보리가 채택했던 결의 1718호에 비해 제재 강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북한의 무기 수출 금지 범위를 대폭 확대시킨 게 대표적이다. 1718호에선 핵·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와 전차·전투기·헬기 등 중화기에 한해 북한의 수출입을 제한했다. 그러나 이번 제재안에선 수출 대상을 ‘모든 무기’로 확대시켜 권총·소총 같은 소형 무기, 단순 재래식 무기도 모두 북한 땅을 벗어나 달러로 바뀌지 않도록 막았다. 당국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는 광물 등의 원자재 수출, 외국 화물의 수송과 함께 무기 수출이다.

한 당국자는 “미사일과 같은 고급 무기는 국제사회의 견제 때문에 최근 수년간 북한이 활발하게 팔지 못했던 만큼 새로운 제재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단순 무기까지 수출길이 막히게 되면 북한으로선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안은 북한 지도부도 직접 겨냥해 각국이 북한과의 사치품 거래를 중단토록 했다. 고급 와인이나 최고급 벤츠 승용차, 롤렉스 시계처럼 북한 지도부가 소비하는 품목의 반입을 막았다.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된 북한 주요 인사들의 발도 묶었다. 제재안은 전병호(군수 담당) 노동당 비서, 주규창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등 북한의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을 책임진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들의 이름을 ‘여행 금지 리스트’로 명시했다. 금융 제재도 당초 미·일이 마련했던 초안에서 수정을 거쳤지만 제재안에는 기본 취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이번에 제재안이 채택되면 2006년 당시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이 묵인했던 방식이 아닌 국제사회의 공식적인 금융 제재가 돼 파급력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미·중 “북핵 생산적 논의”=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이끄는 미국 정부 대표단은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고위 인사들과 북핵 문제를 협의한 뒤 회담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 일행은 이날 오전 베이징에 도착한 뒤 양제츠 외교부장과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 허야페이(何亞非) 외교부 부부장, 다이빙궈(戴秉國)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 잇따라 만났다. 그는 이날 베이징을 떠나기 앞서 서우두(首都)공항에서 낸 성명에서 “중국 정부 인사들과 동아시아 안보와 미·중 관계에 대해 광범위한 대화를 나눴으며, 매우 생산적이고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당초 예상됐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의 회동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대표단은 일본·한국을 거쳐 이날 중국을 방문했다. 애초 예정했던 러시아는 거치지 않고 이날 저녁 전용기 편으로 귀국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예영준·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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