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전문 의약품도 광고 할 수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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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리베이트는 제약사가 전문의약품(구입할 때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품)을 처방한 의사에게 처방금액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검은돈’이다. 때론 골프 접대나 외국 학회 참석을 지원하는 출장비 형태로 지급되기도 한다. 리베이트는 고스란히 약값에 반영돼 결국 소비자의 부담이 된다.

이달 들어 제약사 CEO가 자주 모이는 이유는 리베이트 영업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K제약사는 1700여 개의 병·의원뿐 아니라 공중보건의에게도 리베이트를 건넨 사실이 한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 드러났다.

A제약사는 제주도에서 의사에게 골프 접대를 했다는 제보가 제약협회에 접수됐다. 제약협회는 이들 2개사를 징계위에 올렸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제약업계의 시각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다음 달부터 리베이트 영업이 적발되면 해당 약값을 20% 깎겠다고 발표한 뒤 리베이트 영업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달 안에 서둘러 리베이트를 통해 시장 확장을 마무리하려는 인식이 영업담당자 사이에 팽배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고강도 대책에도 다음 달 이후 리베이트 영업이 근절될 것으로 보는 업계 전문가는 거의 없다. 이들은 “너무 오래된 관행이어서 새로운 형태의 리베이트 영업방식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 제약 시장은 제약사가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영업 활동을 의사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약사 입장에선 의사가 리베이트를 요구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다.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 규제를 푸는 등 제약사가 마케팅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일 수 있다. 정부는 약물의 오·남용을 막는다는 취지로 전문의약품 광고를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만 켜면 누구나 전문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현실에서 이런 규제는 시대에 뒤떨어진다. 물론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에 대한 처벌도 강화돼야 한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가 대가성을 띤 금품을 받아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세 차례 걸려야 면허가 취소된다. 앞의 두 차례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최대 1년간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질 뿐이어서 제약사가 받는 처벌에 비하면 ‘솜방망이’인 셈이다.

심재우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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