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당선가능성'이 전부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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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회의 서울시장 후보는 누구인가.

노무현 (盧武鉉) 부총재가 경선참여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한광옥 (韓光玉) 부총재로 교통정리될 것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동교동계 중진,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자민련과의 후보단일화 협상을 성사시킨 주역, 지난 2월 노사정 (勞使政) 대타협을 이끌어낸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대충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거기에 당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의 '낙점' 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지난주 중반부터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는 주말을 거치면서 공론화되기에 이르렀다. 韓부총재를 낙마시키고, 고건 (高建) 전 총리를 주자로 내놓는다는 교체론이 본격 등장한 것이다.

그 명분은 '당선 가능성 최우선' 이다. 정당에서 당선될 인물을 후보로 내세우겠다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내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여당내 알력은 당내부에 국한되지 않고 국정전반에 주름살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교체설의 진원지가 어딘지, 누가 이런 논쟁에 군불을 땠는지 당내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다. 누가, 언제 金대통령을 만나 "韓부총재로는 안된다" 는 건의를 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교체론이 대두된 데에는 韓부총재가 金대통령의 '뜻' 만 믿고 인지도를 높이는 노력을 소홀히 해 반대파에 꼬투리를 준 탓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도는 高전총리 영입론이 그렇게 명분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高전총리의 과거 행적은 차치하고라도 "환란 (換亂) 과 경제위기를 초래한 김영삼정권 당시의 총리" 라는 여권 일각의 비판도 음미해볼 대목이다.

高전총리가 유력하게 떠오른 것은 그의 정치적 '야심' 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내 2인자군 (群) 의 韓부총재에 대한 견제심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정책의 파격과 모험을 피하는 매끄러운 처세가 高전총리의 정치적 장수 (長壽) 비결이라는 평판은 잘 알려져 있다. 여당내 권력갈등이야 늘 있어왔지만 집권초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전례없던 일이다.

새 정권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세력이 완강한 이 시점에서의 내부다툼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당선 가능성 우선' 논쟁을 들여다보면 권력다툼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김두우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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