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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대통령·한국노총 오찬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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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한국노총 의장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제2기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 구성을 위한 설득에 주력했다.1시간35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金대통령은 "제1기 노사정위원회에서 이뤄진 노사정 대타협으로 서로 손해본 것은 없다" 며 노사정 협력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노총 관계자들이 사용자측에 불만을 표시하자 "밖에서 보는 것처럼, 언론이 보도하는 것처럼 (대기업 개혁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 "기업들도 잘하는 것이 많다" 며 노사간 대립적 관계를 교정하려 노력했다.노사와 정부가 함께 가는 것이 절실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은 물론 대기업 개혁의지도 거듭 밝혔다.20일 경제단체장들과의 간담회 내용을 소개하면서 정부와 대기업간의 5대 합의사항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용안정을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도 다짐했다.

노측의 불안.불만을 해소, 다시 한번 노사정 대타협을 일궈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였다.그래야만 외국투자가 순조롭게 유치된다는 게 金대통령의 생각이다.金대통령은 이 점을 노총측에 열심히 설명했다.

한국노총측도 金대통령의 생각에 이해를 나타냈다. 기업의 부당노동행위와 대량해고가 있을 경우 정부의 단호한 조치를 촉구하면서도 가능한 한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金대통령은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처리해 나가겠으며, 노동자가 손해보지 않도록 하겠다" 고 약속했다.결과적으로 지난 대선때 金대통령을 지지한 한국노총측과는 얘기가 그런대로 잘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22일 있을 민주노총과의 대화다.민주노총측은 2기 노사정위 참여를 거부하는 등 강경한 입장에 서있다.金대통령은 정부의 대기업 개혁의지가 확고함을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금세 협조적으로 돌변할 것인지는 의문이다.정부도 이 점 때문에 고민이 크다.정부는 상당히 개혁적인 인사를 2기 노사정위원장으로 내세워 민주노총을 설득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하지만 1차적인 희망은 金대통령에게 걸고 있다.金대통령이 22일 간담회에서 어떤 돌파구를 열어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다음은 金대통령과 한국노총측과의 대화록.

▶金대통령 = 과거정권들이 경제를 망칠대로 망쳐 이 꼴이 됐다.금융기관과 기업이 파산직전에 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나라를 맡았다.금년만은 모두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한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려고 하는 이때 중요한 것은 수출증대와 외국자본 투자유치에 모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외국투자 유치엔 두가지 걱정이 있다.

하나는 정치불안이고, 다른 하나는 과연 한국노동자들이 잘 협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20일 경제6단체장들과 만나 노사정합의를 준수하기로 약속했다.대기업들에 노른자위 기업도 팔아 외자를 유치토록 해야 하고 정리해고도 노사정 합의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고용문제는 무리해선 안된다고 설명해 동의를 얻었다.

정부는 공정한 입장에서 엄정중립을 지키겠다.기업이 위축되고, 노동자가 희생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모든 어려움을 막는 길은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이런 것을 해내려면 노사정 협력이 중요하다.

나는 노총이 지원해서 당선됐다.노총이 국민이 바라는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해 주길 바라고, 그런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정부는 기업과 노조, 어느쪽으로부터도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박인상 (朴仁相) 한국노총위원장 =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려고 노력하지만 밑으로 가면 무척 불안하다.노사정 합의가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해 회의가 든다.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줄 경우 처벌하는 조항은 고쳐져야 한다.노총에 부당노동행위가 3천5백건이나 접수됐다.

기업의 투명성과 노동자의 경영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공공부문 구조조정도 노조의 참여와 협의속에 이뤄져야 한다.

철도.우체국의 기능공 정년을 앞당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공공부문 사업체를 외국에 매각할 때 노동자와 함께 검토해야 서로 공감대가 형성된다.

(노총과 국민회의의) 정책연합을 통해 지방선거에서도 서로 정확한 의견조정이 있어야 한다.평화은행 경영개선을 위해 적극 지원해 달라. 문제점들을 정리하지 않고 2기 노사정위를 출범시킨다면 많은 공격이 있을 수 있다.그러나 우리는 국가를 살리기 위해 (노동자들을) 설득하려 열심히 뛰고 있다.

▶이기호 (李起浩) 노동장관 = 불법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선 집중조사해 업주 3명을 구속했다.노동자의 경영참여 문제 등도 2기 노사정위에서 논의하면 된다.

▶박헌수 (朴憲洙) 화학노련위원장 = 사용자가 문제다.협력이 부족하다.노조의 정치참여도 아직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문제가 있다.노동자들의 정치참여와 관련해 비례대표 등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현정부를 친노동자 정부라고 생각한다.2기 노사정위 구성이 어려운 상태나 협력할 용의가 있다.

▶金대통령 = 정치활동 관계법은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다.노동계 대표를 여성대표처럼 비례대표에 반영하도록 하는 데 노력하겠다.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서도 2기 노사정위를 만들어야 한다.주장을 펴고 문제를 고치는 것을 노사정위에서 하면 된다.그래야 산업평화가 이뤄지고 경제를 살릴 수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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