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벤처 지원방식 문제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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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벤처기업의 성공 적중률은 대개 10%라고 한다.10개 기업이 창업해 한 군데가 성공하면 그런 대로 괜찮다는 평가를 받는다.그렇다면 90%의 투자는 낭비됐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이렇게 모험적인 투자에 정부는 지나친 기대를 걸고 있다.

벤처가 경제위기 탈출의 대안이 되고, 획기적인 고용증진 효과도 가져다 줄 것처럼 과신하고 있다.한 개 벤처기업에 3억원씩 투자해 모두 1만개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발상이 그런 과신의 대표적인 예다.

이런 우려는 벤처의 의미나 역할을 과소평가한 데서 나온 것이 아니다.참신한 아이디어로 기존의 경영.생산방식을 혁신하거나 새로운 지식.정보산업을 개척하는 작업이 바로 미래 경제발전의 주력이 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벤처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많을수록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재 벤처기업에 대한 잘못된 이해나 불투명한 지원제도로는 오히려 실망만 늘릴 공산이 크다.벤처기업에 대한 우려는 바로 이 때문에 생긴다.91개 공과대학 교수들이 내놓은 보고서도 벤처기업의 현실과 기대가 서로 엇갈리는 측면을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금의 벤처기업 육성.지원제도는 이미 창업이 완료돼 지원이 없어도 될 곳에 지원이 치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따라서 앞으로는 아이디어의 제품화 가능성, 시제품의 시장성, 생산능력 확보 등을 엄중 심사해 지원대상을 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말은 벤처가 태동하는 초기단계부터의 지원과 지원대상의 엄격 선별을 다같이 강조하는 것이다.그러나 이 원칙에 충실하다 보면 실패를 감수해야 할 확률이 높아진다.여기서 바로 벤처지원기구의 재정비를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실패를 떠안을 줄 아는 시장원리가 작동돼야 하며, '될성 부른 떡잎' 을 알아 보는 기업 현장의 아이디어가 가세해야 한다.

마치 자금난에 허덕이는 범상한 중소기업 지원의 일환으로 벤처를 지원했다가는 실망만 커진다.본격적이고 대규모인 순수 민간 벤처 캐피털회사가 설립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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