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단지 조성 곳곳서 삐걱…분양 안되고 사업비 부족 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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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야심적으로 추진중인 첨단 과학산업단지 조성계획이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다.엄청난 돈을 들여 완공한 단지의 분양률이 매우 저조한데다 이미 입주한 업체마저 하나둘씩 빠져나가는가 하면 아예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충북도가 장기발전 핵심사업으로 청원군오창면에 조성한 오창과학산업단지의 경우 분양 저조로 사업 자체가 활기를 잃고 있다.조성한지 2년이 지났으나 공업용지 (83만평) 의 분양률이 48%에 불과한 상태다.

최근 수도권내 공장 신.증설 규제가 완화되면서 입주예정 업체들이 교통이 편리한 경기.인천지역으로 빠져나가 분양계약 해지가 잇따르고 있다.특히 연구용지 (34만평) 의 경우 단 한평도 분양되지 않아 사실상 연구단지로서 기능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가 91년부터 광산구월계동.북구오룡동 일대 2백98만평에 만들고 있는 광주과학산업단지도 마찬가지 실정. 올해말 완공예정인 1단계지구 면적 가운데 35%가 분양되지 않았고 연구용지 (26만평) 의 분양실적은 전무 (全無) 한 실정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분양가가 평당 68만원에 달해 다소 비싸고 부대여건이 잘 갖춰지지 않아 분양을 꺼리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대전시가 유성구관평동 일대 1백30만평에 2001년 완공목표인 대전과학산업단지는 최근 사실상 건설이 중단됐다.

시공업체인 토지공사 충남지사와 현대전자가 자금사정 악화와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공사 사업을 포기하거나 연기했기 때문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시의 재정상태로는 6천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확보할 수 없어 시공업체들이 공사를 재개하기 전까지는 공단 조성이 어려운 형편" 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과학산업단지 조성계획이 휘청거리는 것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입주계획을 정확히 세우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한데다 정부의 지원책 또한 매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 양지원 (楊枝元.화공과.대전 경실련 공동대표) 교수는 "우리나라에 과학산업단지에 맞는 첨단업체나 연구소가 과연 얼마나 있는가" 라며 "지방자치단체들이 수요예측 없이 마구 과학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게 문제" 라고 진단했다.

楊교수는 "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무리하게 과학단지를 조성하기보다 실제로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는 경영정보 제공 등 소프트웨어 확충에 더 신경을 쏟아야 한다" 고 지적했다.

충북도 조영창 (趙永昌) 기획관리실장은 "그동안 오창단지를 멀티미디어산업단지나 외국인투자 자유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며 "정부가 이미 조성된 과학산업단지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 고 말했다.

이석봉·안남영·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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