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독살엔 ‘사람 반 고기 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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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전 9시30분 충남 태안군 이원면 내리 사목마을 해변. 썰물이 되자 갯벌에 높이 2.5m의 돌담이 모습을 드러낸다. 둘레 214m의 돌담으로 둘러싸인 갯벌에는 어른 무릎 정도 깊이로 물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체험관광객 20여 명이 웅덩이 속으로 뛰어든다. 일부는 1인용 그물(일명 쪽대)을 몰아가는가 하면 맨손으로 바위틈을 더듬기도 한다. 잠시 후 그물이나 손에는 손바닥만 한 광어·놀래미가 잡혀 올라온다.

충남 태안군 남면 원청리 갯벌에 있는 독살(돌담)에서 체험객들이 물고기를 잡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독살은 해변에 쌓은 돌담으로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를 가두어 두는 역할을 한다. [태안군청 제공]


체험에 참가한 이재희(36·충남 천안시)씨는 “돌 틈을 더듬어 맨 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순간 기분이 짜릿했다”고 말했다. 전통 어로 방법인 ‘독살(돌담)’ 체험 장면이다. 지난해 이 마을에는 독살체험을 위해 5000여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안성환(41) 번영회장은 “올해는 6월까지 예약이 밀려 있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군 바닷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독살 체험이 주민들의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독살체험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사리 때 가능하다. 연중 가능하지만 수온이 따뜻한 여름철에 관광객이 몰린다. 지난해 태안 지역 독살 15곳에는 관광객 3만여 명이 찾았다. 올해는 6만여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살은 올해 3개가 추가로 복원돼 18개로 늘었다. 체험료는 30명을 기준으로 독살 한 개당 30만원이다. 독살에서 잡는 물고기는 체험객이 가져간다.

독살은 8개 마을 주민이 직접 관리하며 수익금(올해 6억원 예상)은 마을별 공동관리기금으로 쓴다. 일부 수익금은 독살체험 때 관광안내를 담당하는 주민 품삯(1인당 하루 3만∼5만원)으로 지출한다. 서범석 부군수는 “독살이 여름철 해변의 대표적인 체험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

태안=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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