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 인 뉴스<22>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3면

전 세계가 미국 경제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같은 경제지표를 발표할 때마다 그 내용에 따라 세계 증시가 오르내린다. 국내 언론도 미국의 경제지표 소식을 부쩍 많이 다루고 있다. 여기엔 낯선 지표들도 등장한다.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CCI)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식이다. CCI처럼 일반인에겐 좀 생소하지만 경제전문가나 투자자들이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미국의 경제지표를 모았다.

권혁주 기자

신규 실업수당 신청(Initial Claims)

[1] 고용

[2] 노동부(www.dol.gov/opa/media/press/eta/main.htm), 매주 목요일

[3] 한 주 동안 각 주 정부가 집계한 실업수당 신청 건수를 연방정부가 합쳐 발표한다. 새로 실업자가 얼마나 생겼는지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와 함께 실업 수당을 받는 전체 인원을 함께 발표한다. 이와 별도로 미국은 매달 첫 금요일에 전달의 실업률·취업자수·근로시간 같은 월간 고용지표도 발표한다. 하지만 이는 전국 6만 가구와 37만5000개 업체를 표본 조사해 추정한 것이고, 조사 시점과 발표 시점에 시차가 있어 신규 실업수당 신청 통계가 고용 상황을 파악하는 데 더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4] 아직까지는 계속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초 매주 35만 명 내외에 머물던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올 연초에 50만 명대로 늘었고, 1월 마지막 주부터는 계속 60만 명을 웃돌고 있다. 3월 마지막 주에 67만4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달 초 60만5000명으로 내려오면서 진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최근 다시 62만~64만 명으로 늘었다.

신규 실업자가 많이 생긴다는 것은 전반적인 소득이 줄어 소비와 주택 경기가 당분간 살아나기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업 수당을 받는 전체 인원은 지난해 5월 첫 주 306만2000명에서 지난달 첫 주에는 666만2000명으로 늘었다.

ISM 제조업지수(ISM Manufacturing Index)

[1] 제조업체 실적

[2] 공급관리협회(www.ism.ws), 매달 첫 근무일

[3] 공급관리협회(ISM)가 회원인 제조업체에 고용·생산·재고·수출 실적을 설문한 결과를 수치로 나타낸 것. 50보다 크면 전반적으로 기업 실적이 전달보다 나아졌다는 뜻이고, 작으면 반대다. 전달에 35, 이달에 40으로 수치가 커진 것을 놓고 ‘호전됐다’고 해석하면 오산이다. ‘40’은 기준인 ‘50’보다 적으므로 역시 전달만 못하다는 의미다. 다만 숫자가 커졌으므로 실적이 악화되는 속도는 좀 느려졌다고 할 수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ISM 제조업지수보다 하루 앞서 발표되는 ‘시카고 PMI’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시카고 지역 기업들만 대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조사해 발표하는 것이다. 대체로 ISM 지수와 비슷한 경향을 보여(그래프 참조) ‘ISM 지수의 예고판’이라고도 불린다.

[4] ISM 제조업지수는 지난해 2월부터 올 4월까지 15개월째 50을 밑돌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40 아래로 떨어졌다가 4월(40.1)에 가까스로 40을 넘어섰다.

ISM은 4월 지수를 발표하면서 “40.1이란 수치는 연간으로 따져 국내총생산(GDP) 0.3% 감소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신규 주택 판매(New Home Sales)

[1] 부동산

[2] 통계국(www.census.gov/const/newressales.pdf), 매달 말

[3] 새 집을 15만 달러 이하부터 75만 달러 이상까지 7개의 가격대로 나눈 뒤 각각의 한 달간 판매량을 집계한 것이다. 착공 전, 공사 중, 완공 후 팔린 집이 각각 몇 채 인지, 완공 후 미분양은 얼마나 되는지도 공표한다. 집계가 빨리 되지 않아 일단 잠정치를 발표한 뒤 나중에 수정을 하는 게 단점이다.

‘기존 주택 판매’라는 지표도 있다. 미국 부동산업자협회가 발표한다. 현재 미국에는 기존 주택이 신규 주택의 네 배 가량이어서 기존 주택 판매 지수가 부동산 경기 흐름을 읽기에 더 적합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업자협회는 판매량과 평균 가격만 공개할 뿐 통계청처럼 세부적인 가격대별·공사시기별 판매는 일반에 밝히지 않는다.

[4] 올 4월 신규 주택은 모두 3만3000채가 거래됐다. 1년 새 거래량이 33% 줄었다. 기존 주택은 올 4월에 41만4000채가 거래돼 1년 전보다 2만 채 감소하는 데 그쳤다. 경기 침체로 주머니 사정이 궁해지자 싼 집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생겨 기존 주택 거래는 별로 줄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 4월 신규 주택의 평균 판매가격은 25만4000달러, 기존 주택은 21만3100달러였다. 신규 주택은 2007년엔 완공 후 6개월이면 다 팔렸으나 최근엔 이 기간이 10개월로 늘었다.

변동성 지수(Volitility Index·VIX)

[1] 주식 시장

[2] 시카고 옵션거래소(www.cboe.com), 매일

[3] 미국 증시가 앞으로 얼마나 출렁거릴지를 나타낸다. 이 지수가 클수록 증시가 불안하다는 뜻이다. 대신증권 경제연구소 나종혁 연구원은 “VIX가 30~40 정도까지는 증시가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고, 50을 넘으면 변동성이 커졌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VIX가 크다는 것은 급락뿐 아니라 급등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VIX가 오르면 불안 심리가 퍼지면서 주가지수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박’의 희망보다 ‘쪽박’의 공포에 눌려 주식을 팔아 치우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그래서 VIX를 ‘공포 지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VIX 수치가 작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불황으로 증시가 바닥일 때 VIX가 작은 것은 앞으로도 당분간 세차게 반등할 가능성이 작다는 신호다.

[4] 미국 증시의 VIX는 5월 중순 이후 30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지수도 8500선에서 지지부진하게 움직이고 있다.

VIX는 지난해 11월 20일 80.86으로 1993년 시카고 옵션거래소가 이 지수를 처음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다우지수는 19일 8424.75에서 21일 7552.29로 이틀 만에 10.4% 떨어지더니, 1주일 뒤인 그달 28일엔 8726.61로 다시 오르는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소비자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 Index·CCI)

[1] 소비 동향

[2] 콘퍼런스 보드(www.conference-board.org/economics/bci), 매달 마지막 목요일

[3] 민간 경제연구소인 콘퍼런스 보드가 전국 5000가구를 대상으로 매달 조사해 산출한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좋다고 생각하는지 나쁘다고 생각하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보는지를 물어 결과를 수치화한다. 숫자가 클수록 상황과 전망을 좋게 본다는 의미다. 보통 수치가 전달보다 5 이상 올라가면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소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 이하일 때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조사에서는 앞으로 6개월 안에 집·차량 등의 내구재를 살 계획이 있는지도 묻는다. 소비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다. 그러나 구매 계획에 대한 응답 내용은 인터넷 유료 회원에게만 공개한다.

[4] 지난달 CCI는 54.9로 3월(26.9)부터 두 달 연속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콘퍼런스 보드는 보도자료에서 “지수가 많이 오른 것은 경기가 최악인 상황은 지났다고 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증거”라며 “그러나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수치”라고 해석했다. CCI는 2007년 7월 105.6으로 세 자릿수를 기록한 뒤 계속 떨어져 올 2월엔 25까지 하락했다.

공장 신규 수주(Factory New Orders)

[1] 제조업 동향

[2] 통계국(www.census.gov/indicator/www/m3/index.htm), 매달 첫 근무일

[3] 한 달간 공장에 생산 주문이 얼마나 들어왔느냐를 달러로 표시한 것이다. 4월 수주액을 출하액·재고 등과 함께 6월 초에 발표한다. 출하액은 실제로 공장에서 물건이 나간 실적을 나타내는 것이고, 신규 수주는 앞으로 제조업 활동이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있는 자료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미국 상무부는 공장 신규 수주 발표보다 1주일 앞서 ‘내구재 신규 수주’란 것을 공표한다. 미국에서는 이 내구재 신규 수주에 주목하는 투자자도 많다. 비내구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식품·담배의 주문은 경기를 별로 타지 않아 내구재 주문의 변동만으로도 산업 동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3월 내구재 주문액은 전달보다 0.8% 줄었고, 전체 수주액은 0.9% 감소했었다.

[4] 올 3월 공장 신규 수주는 3453억 달러로 1년 전(4562억 달러)보다 23% 감소했다. 지난해 11월부터 3000억 달러대로 떨어져 좀체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시장분석 업체인 브리핑닷컴은 “올해 중 주문액이 반짝 증가하는 달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증가세로 돌아서려면 한참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간 주택 착공(Housing Starts)

[1] 건설·부동산

[2] 통계국(www.census.gov/const/www/newresconst index.html), 매달 16일 전후

[3] 한 달 동안 기초공사를 하려고 땅을 파기 시작한 집이 몇 채인가를 나타낸다. 200가구짜리 아파트 단지를 짓기 시작했다면 200채로 계산한다. 통계국이 일부 지역을 표본 조사한 뒤 전국적인 규모를 추산해 산정한다.

이와 비슷한 지표로 ‘민간 주택 건축 허가(Building Permits)’라는 것이 있다. 실제로 각 주 정부의 건축 허가를 받은 가구 수를 합친 것이다. 통계 추정치가 아니란 점에서 이 지표가 주택 착공보다 시장 상황을 더 잘 반영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지표도 건축 허가를 낸 뒤 부동산 시장 상황을 봐가며 공사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를 걸러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4] 올 4월 미국 전역의 민간 주택 착공 건수는 4만1300채다. 지난해 같은 달(8만9500채)의 절반이 안 되고, 2년 전 13만5600채의 3분의 1 수준이다. 주택 경기침체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의미다. 짓고도 팔리지 않는 ‘미분양 주택’이 많아 건설사들이 새 집 짓기를 꺼리는 것이다.

4월 신규 착공은 올 1월(3만1900채)보다 1만 채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겨울보다 봄에 집을 많이 짓는 계절적 요인에 의한 것일 뿐 회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국, 분기·월별 지표 종종 연간으로 환산

미국은 경제 지표를 발표할 때 ‘연율(annual rate)’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기준 전 분기보다 6.2% 감소했다’고 하는 식이다. 연율이란 ‘전 분기 대비 증감률이 1년간 계속되면 이만큼 경제 지표가 변한다’는 뜻이다. 즉 분기나 월 지표를 연간으로 환산한 것이다. 예를 들어 1분기 GDP가 전 분기보다 1% 증가했다고 하자. 이 추세가 한 해 동안 이어지면 연간 성장률은 4.1%가 된다. 4%가 아니라 4.1%인 이유는 복리 이자처럼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올 1분기 GDP가 연율 기준으로 6.2% 감소했다는 것을 한국에서 쓰는 방식으로 바꾸면 ‘1분기 GDP가 전 분기보다 1.5% 줄었다’가 된다. 미국은 분기별 GDP 성장률을 연도별 성장률과 비교하기 쉽게 하려고 연율로 발표한다. GDP뿐 아니라 신규 주택 판매 같은 것도 연율로 계산한다. 올 3월에 새 집 3만4000채가 팔렸지만 미국 정부는 연율로 따져 ‘35만6000채’라고 발표했다. 이럴 때 쓰는 연율은 월별 실적에 단순히 12(개월)를 곱한 것이 아니다. 계절에 따른 주택 거래의 많고 적음까지 따져서 적절한 수치를 곱해 연율을 뽑아낸다. 올 3월의 경우 12보다 작은 10.47을 곱했다. 이는 통상 예년 3월에 주택 판매가 다른 달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