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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구내식당 이용객 족집게 예측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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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오늘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먹을까, 밖에서 사먹을까.” 직장인들의 이런 고민을 들여다 보고 예측하는 기업들이 있다. 급식 업체들이다. 식재료 값이 해마다 최대 20%씩 뛰는 반면 단가는 그만큼 올려받을 수 없어 비용 줄이기는 생존과 직결된다. 800개 급식장을 운영하는 아워홈의 경우 하루 100만 명분을 공급한다. 한 끼 만들고 남은 음식은 바로 몽땅 버려야 한다. 한 곳당 20명분만 남아도 1만6000명분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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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맞추는 일에 각종 아이디어가 총동원된다. 아워홈 마케팅기획팀 이상현 차장은 “지난해 고객 한 사람당 182g에 달하던 남는 음식을 현재 138g까지 줄였다. 올해 말까지 127g 수준으로 줄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렇게 1인당 55g의 잔반을 줄이면 하루 5만5000kg의 음식물 쓰레기는 물론, 만드는 데 드는 식재료와 에너지도 절감할 수 있다. 잔반처리 비용만 한해 48억6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서울 역삼동 메리츠타워 지하1층 직원 식당. 보통 700~750명이 찾는 이곳에 4월 20일 점심엔 1003명이 왔다. 회의가 많은 월요일인 데다 비가 왔기 때문이다. 직원 식당을 책임지는 아워홈 이은애 점장과 이영석 조리실장은 다음날용 식재료로 모자라는 음식을 만들었다. 반면 5월 8일엔 고작 517명이 회사 식당을 찾았다. 연휴 직전 금요일인 데다 날씨까지 맑아 대부분이 외식을 하러 나갔기 때문. 반대로 CJ프레시웨이가 운영하는 경기도 광교신도시 내 차세대융합기술원 구내식당은 비가 오면 찾는 사람이 줄어든다. 다른 건물 사람들이 귀찮아서 오지 않아서다. 이렇게 날씨·요일에 따라 직원 식당에 오는 사람 수는 최대 두 배 차이가 난다.

메뉴 선택도 날씨에 따라 변한다. 규모가 큰 직원 식당엔 탕·한식·양식, 세 가지 메뉴가 나온다. 메리츠타워 직원 식당에서 비가 왔던 3월 26일 160명분을 준비했던 냉면은 150개밖에 나가지 않았다. 반면 유난히 더웠던 4월 28일엔 179명이 냉면을 찾아 9명분을 추가로 급히 만들어야 했다. 일단 날씨·요일을 고려해 윤곽을 잡고 나면 성별, 연령대, 각종 행사 개최 여부에 따라 보완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메리츠타워에는 에스티로더·갭·노키아 등이 입주해 있어 여성과 젊은 직장인이 많아 양식이, 경기도 파주의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선 탕이 더 잘 나간다.

아워홈은 업장별로 데이터베이스를 10년치 축적해 날씨·성별·행사 등 여러 변수별로 그날 고객이 찾은 메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기상 예측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CJ프레시웨이도 통계를 활용한 식수 예측 프로그램을 쓴다. 신세계푸드는 가격 변동이 심한 양파·마늘·무·파 등 8대 농산물에 대한 연간 소요량을 예측해 산지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잔반 줄이기도 책임자가 식당에서 독려하는 수준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난달 19일 메리츠타워 직원 식당에선 때아닌 림보게임이 열렸다. 잔반을 줄이기 위해 잔반 양에 따라 림보의 높이가 달라지는 게임을 해 통과한 직원들에겐 상추 모종을 선물로 줬다. 신세계푸드는 세제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경기도 이천 물류가공센터의 면과 떡 제조센터에서 나오는 한 달 평균 150t의 쌀뜨물로 친환경 세제를 만들어 4월부터 전국 사업장에 나눠주고 있다. 한 달에 14t, 한 해 168t의 세제를 직접 만들어 쓰면 한해 1억6000만원의 비용이 준다. CJ프레시웨이는 입에 안 맞는 김치를 들고 갔다가 버리는 것을 줄이려고 김치 숙성도를 매일 표시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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