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인천부평2동 정기만옹 20년째 빈병모아 나무 식수비용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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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자연이 파괴되면 사람이 살 수 있나. 자식은 사랑하면서도 자연은 왜 아끼지 않는지 모르겠어. " 인천시부평구부평2동에는 유난히 은행나무가 많다.아파트 단지나 골목의 작은 빈터마다 어김없이 자라고 있는 이 나무들은 모두 정기만 (鄭基萬.70.부평구부평2동) 옹이 20여년 동안 빈병등을 모아 팔아 심어온 것이다.

鄭옹이 나무심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 70년대 후반 인천시서구백석동에 조성된 지체부자유자 거주시설 20여호에 은행나무 한그루씩을 심어주면서부터. 鄭옹이 묘목을 구입하는 드는 밑천은 어디에나 흔히 굴러다니는 각양각색의 빈병들이다.아침마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모은 수만개의 빈병들을 부평2동 공동묘지옆에 차곡차곡 쌓았다가 매년 식목철이면 한꺼번에 팔아 수십그루씩의 은행나무 묘목으로 '변신' 시킨다.

빈병을 모으는 틈틈이 진흙 투성이 길에 마사토를 깔고 쓰레기와 도랑을 치우는 일도 鄭옹의 일이다. 친한 사람을 만나면 '나무 심으러 가자' 고 권하고 큰딸 결혼식 날 사위에게 '식수자금' 으로 10만원이 든 봉투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鄭옹은 올해 식목일에도 지난 3년간 모아온 빈병 1만여개를 판 17만원과 건설현장의 허드렛일로 보탠 13만원등 모두 30만원으로 마을 노인정등에 잦나무 1백주를 심었다.鄭옹은 " "후손들에게 더이상 때묻지 않은 자연을 물려주기 위해 이 일을 계속할 것" 이라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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