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M 앞날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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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GM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해도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파산보호 신청은 법원의 감독을 받으며 회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물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공룡 GM’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주력 차종도 작고 친환경적으로 확 바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가능한 한 신속하게 이 절차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구조조정 시작=GM은 미국 파산법 절차 가운데 ‘챕터 11’에 따르게 된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이 조항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회사를 청산하거나(챕터 7) 개인 파산 절차(챕터 13)와 달리 궁극적으로 회사를 살리는 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 법원이 채권자의 권리를 잠시 중단시키고 구조조정의 시간을 주는 것이다.

GM은 우선 회사를 둘로 쪼갤 것으로 보인다. 계속 살아남게 될 ‘뉴 GM’(굿 GM)에는 현재 47개인 미국 내 공장 가운데 34개가 포함될 예정이다. 8대 브랜드 가운데 시보레와 캐딜락·뷰익·GMC만 생존 대상이다. 유럽 생산법인인 오펠은 이미 캐나다 부품업체 마그나에 팔렸다. 6246개에 이르는 개인 딜러망 중 2600개 이상을 정리하게 된다. 272억 달러에 이르는 총부채 가운데 170억 달러만 뉴 GM에 남게 된다. 현재 6만2000명에 이르는 정규직 직원 중 2만여 명이 정리될 전망이다.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의 칼럼니스트 톰 왈시는 “부채와 자산을 상당 규모 정리하고 난 GM의 규모는 10년 전 크라이슬러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GM에 200억 달러를 지원한 미국 정부는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30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캐나다 정부도 약 95억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그 대가로 양국 정부는 뉴 GM의 지분 중 72.5%를 가져가게 된다. 나머지 지분 가운데 17.5%는 노조가, 10%는 채권단이 보유하게 된다. 사실상 국영 기업이 되는 것이다. 이 모든 절차를 끝내는 데 60~90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미국 정부는 대주주가 되더라도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간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기업 자문업체 ‘앨릭스파트너스 LLP’의 앨 코크 경영이사가 관리를 맡아 구조조정을 책임지게 된다고 뉴욕 타임스(NYT)는 전했다. 미국 정부의 최종 목표는 새로 탄생한 회사를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다.

◆친환경·소형차에 주력=GM은 지난달 27일 새로운 소형차 모델을 선보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를 두고 “GM의 국내 생산이 어떻게 변할지 보여 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대형 승용차와 픽업트럭 일색인 차종을 소형차 위주로 바꾼다는 것이다. 새 모델은 현재 GM대우가 생산하는 소형차 ‘아베오(젠트라)’와 같은 크기라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GM은 이 모델을 생산할 공장에 5억~6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도 미래의 주력 차종으로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아무리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더라도 이미지를 구긴 GM의 차가 잘 팔릴 것이냐는 점이다. 게다가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자동차 판매가 곤두박질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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