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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고속철도 건설공단 유상열 이사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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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경부고속철도 얘기만 나오면 누구나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든다.경제상황까지 악화되자 고속철도 사업은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문제로 전락했다.

비단 감사원 감사결과로 드러난 문제뿐 아니라 사업 초기부터 졸속추진 과욕이 저지른 불신을 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일관성 있게 사업을 추진하되 가능한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도록 조정한다' 는 원칙을 확인한 채 최종수정안을 7월말로 미뤘다. 이달 20일이면 마산항에 도착할 TGV 2호의 입항을 1주일 남기고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유상열 (柳常悅.57) 이사장을 만났다

- 결론부터 묻겠습니다.경부고속철은 달릴 수 있습니까.

"공기 (工期) 내에 고속철이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공단의 임무입니다. 실제로 올 3월중 가로 14m×세로 40m짜리 교량상판을 30개나 교각 위에 얹었습니다. 96년 84개, 97년 2백21개 공사를 했던 실적에 비해 하루 1개꼴의 요즘 실적은 상당한 탄력이 붙은 셈입니다. 고속철도 사업은 현재 안전성 확보 문제나 사업비 및 공기문제 등 대부분 해결책이 마련돼 있습니다. "

- 감사원은 총사업비 등이 잘못 계산됐다고 발표했습니다. 감사결과에 승복하십니까.

"감사결과가 정부정책에 최대한 반영될 것입니다.다만 지난해 17조6천억여원으로 공단이 계산한 총사업비는 외국전문기관과 최선을 다해 산출한 수치입니다. 사업비를 축소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습니다. 당시 계산은 10조7천억원으로 총사업비를 계산한 93년도 계산틀을 그대로 유지한 결과였습니다."

- 감사 후 건설현장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정책이 결정될 때까지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수 있지만 일단 국가정책이 결정되면 집행기관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이를 수행해야 한다고 봅니다.집행기관인 공단은 맡겨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체들이 그동안 사업재개 여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사업계속 방침으로 안정을 찾았습니다. "

- 경제여건이 나빠졌습니다. 사업 안에 거품은 없습니까.

"사업 초기 단계적으로 추진해도 될 사업에 과욕을 부린 점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공단의 목표는 17조5천억원보다 적은 사업비로 완벽한 고속철도를 완공하는 것입니다. "

- 현실적으로 가능합니까.

"하루 이용 인원을 5만명 이상으로 예상해 설계한 천안역사는 사업초기 과다설계의 한 예입니다. 공단은 이미 기술자문을 받아 안전과 이용객 편익을 해치지 않으면서 과투자를 막을 수 있는 최적화 설계.공사에 착수했습니다.

천안.남서울역 등 공사에서만도 최소 3천억원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중간결론도 얻었습니다.공단조직도 슬림화해 운영비를 줄였고 앞으로 더 줄이겠습니다. "

- 조직을 언급하셨는데 감사에서 전문성 결여가 지적되지 않았습니까. "지난해 제가 취임한 후 불요불급한 임원급 등 상당수 임직원을 대기발령시켰고 현재 정원 8백10명중 82명이 결원상태입니다. 사업추진 단계에 따라 토목.차량.전기 전문가가 필요한 때가 서로 다른 사업특성상 탄력성 있게 민간 전문가를 활용하기 위한 여력인 셈입니다. "

- 대구~부산간 노선 직선화 문제와 대전.대구역사 지상화 논쟁이 치열합니다.상리터널 우회가 불필요한 예산낭비란 지적도 있지 않습니까. "공단 입장에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정부 정책 결정과정에서 공단 입장을 피력할 기회가 오면 검토 후 의견을 내겠습니다. 상리터널 문제도 한번 더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 그렇다면 대체 정부의 사업 재검토는 어느선까지 가능한 겁니까. 또다시 기존계획을 땜질하는데 그치는 것입니까.

"이 문제 역시 정부가 결정할 것입니다. 공사진척도 설명으로 답을 대신하면 천안~대전구간은 이미 공정률이 80%를 넘어섰습니다.대전에서 대구까지 10개 공구중 4개 공구는 15%이상 진척됐고 3개 공구는 지난해 말 발주 공고됐고 나머지 3개 공구는 올 하반기 발주예정입니다. "

- 안전문제는 어떻습니까.

"지난해 안전진단을 담당한 미국 WJE사 스스로 지적사항중 43%는 보수가 필요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물론 보수가 필요한 곳은 공사를 마쳤습니다.

안전문제는 이제 걱정을 더셔도 됩니다. "

- TGV 2호가 곧 한국에 도착합니다.

인수준비가 돼있습니까.

"차량 보관과 시험운행에 대해 걱정이 많으신 줄 압니다.그러나 TGV 2호는 국내 입항 후 바로 공단이 인수받는 게 아닙니다.계약에 따라 제작사인 알스톰사 책임하에 현대정공에서 조립.계기점검.차체검사를 모두 마친 후 99년 4월에야 공단에 인계되고 그때면 동적구동시험 장비와 장소가 마련됩니다.큰 차질이 없을 것입니다. "

- 자금운용에 차질은 없습니까.

"지금까진 괜찮습니다만 올 하반기부터는 사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시급히 해결해야 될 문제는 사실 자금조달입니다. 공단은 사업비 55%를 자체충당해야 합니다.이번 정부의 사업 재검토 이후 국민이 사업에 힘만 몰아주시면 더 이상 사업추진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한푼이라도 싼 이자로 자금을 조달하는 국제적인 프로 비즈니스맨이 돼 보겠습니다. "

만난사람=음성직 전문위원

◇ 柳이사장은… 청주가 고향인 柳이사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행시 (6회) 를 거쳐 64년 건설부에 몸담았던 건설맨. 건설부 법무관, 주택.도시.국토계획국장과 기획관리실장, 제1차관보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3년여의 건설차관을 끝으로 97년3월 공직을 떠나 잠시 국토개발연구원장을 역임한뒤 6월부터 공단이사장을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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