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기부양책 각국반응·전망]시장안정 낙관·비관론 교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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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 정부가 4조엔 감세를 포함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하자 최근 하락세를 보이던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급반등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일본의 이번 경기대책에 대한 각국의 반응을 살펴본다.

○…도쿄 (東京) 금융시장은 10일 급속한 안정세를 보여 엔화는 이날 한때 달러당 1백27엔98전까지 치솟았다.하지만 인위적인 시장개입에 힘입은 금융시장이 계속 안정될 것인지에 대해선 낙관.비관이 엇갈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日本經濟) 신문은 이번 경기부양책이 98회계연도 실질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정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이에 따라 일본 경제는 2년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최악의 국면을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총합연구소의 다카하시 스스무 (高橋進) 조사부장은 "개인소비.설비투자를 회복시키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 며 "디플레의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 일보 전진한 것" 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번 부양책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9일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의 환영성명에 이어 토머스 폴리 주일 (駐日) 미 대사도 "매우 고무적이며 과감한 행동" 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측의 이번 조치내용이 기대보다 다소 미흡하다고 본다.J P 모건의 투자금융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스퍼 콜은 "경제회생을 위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이 포함되지 않았다" 고 평가했다.

○…동남아 각국은 일본의 경기부양책이 기대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아시아지역의 경기회복을 위해 일단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이를 반영하듯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가치는 이날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3시 현재 필리핀 페소화가 달러화에 대해 소폭 떨어졌을 뿐 싱가포르.대만.말레이시아 등의 통화가치가 오름세를 보였다.

○…유럽쪽에서는 일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 가운데 가장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과연 이번 조치가 내수 (內需) 진작으로 이어질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프랑스의 경제일간지 레제코지 (紙) 는 "일본인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장래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세금감면으로 생긴 여유자금을 소비보다는 은행에 저축할 가능성이 크다" 고 분석했다.

○…일본 경기가 활성화되면 그 영향을 받는 아시아 각국의 수출도 크게 진작되고 환율.금리불안이 진정되는 등 실물경제.금융부문에 걸쳐 두루 단비를 내려줄 것으로 예상된다.방대한 일본 내수시장이 확대될 경우 한국의 대 (對) 일본 수출증대 가능성이 커지고 일본 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반도체.조선.철강 등 주력 수출품목의 가격경쟁력도 엔고 (高)에 힘입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엔고는 또 아시아 금융위기의 또다른 뇌관으로 자리잡은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을 그만큼 희석시킨다는 부수적 효과까지 지니고 있다.

뉴욕·파리·도쿄 = 김동균.·배명복·이철호 특파원,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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