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사 얼굴 보며 화상 영어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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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어요.”

광주 선창초등학교 김현덕(40·여)교사가 원격 화상 영어수업지원 시스템을 활용해 수업을 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광주 선창초등학교의 영어교과 전담 조영자(50·여) 교사는 지난달 29일 화상으로 미국 현지 원어민 교사의 도움을 받아 수업을 진행한 뒤 이렇게 말했다.

조 교사는 “원어민과 직접 대면해 얘기하길 주저하던 아이들도 화상으론 거리낌이 없이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같은 학교 김현덕(40·여) 교사도 “당초 화질이나 소리 같은 기술적인 문제가 따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며 “시차가 많이 나는 미국의 현지교사와 실시간으로 수업한다는 사실에 학생들의 주목도도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이 지난달 27일부터 미국 와이오밍주 원어민 교사 30명을 화상으로 초·중·고 정규 영어수업시간에 투입했다.

원어민 교사가 부족한 실정에서 영어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원격 화상 영어수업 지원시스템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 미국 현지 교사는 교사자격증 소지자로 화상인터뷰를 통해 선발됐다. 이들은 미국 현지서 화상을 연결해 한국교사와 협력지도를 한다. 광주의 초등학교 24곳(교사 53명), 중학교 4곳(교사 8명), 고등학교 5곳(교사 10명) 등 33개 학교 71명의 초·중등 교사가 이 같은 방식으로 연간 5280시간의 정규 영어수업을 진행한다.

원격 화상 영어수업은 사전에 신청한 교사에 한해 이뤄진다. 한국 교사와 미국 현지 교사가 화상으로 만나 수업 안을 협의해 짠다. 한국 교사가 수업을 주도하며, 미국현지 교사도 수업시간 내내 함께 한다.

광주광역시교육정보원의 김용신(40) 장학사는 “별도의 수업 안을 만들어야 하는 등 선생님들이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한다”며 “수업효과가 높아 자신이 맡은 수업을 전부 원격화상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선생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월 시 교육청은 미국 현지 원어민 교사의 지원을 받는 정규 영어수업을 10개 학급에 2주간(470시간)에 걸쳐 시범 적용한 후 학생들의 반응을 살폈다. 이 수업에 참가한 학생 10명 중 8명이 학교에서 직접 지도하는 원어민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시 교육청 측은 이어 2월 말 광주광역시교육정보원에 ‘원어민 화상 콜 센터’(native.gen.go.kr)를 열고 원격 화상 영어수업 지원시스템을 구축했다. 미국·캐나다·영국·호주 출신의 원어민 교사 5명을 채용해 화상 영어수업 상시 지원체제를 갖췄다. 이들 원어민 교사들은 화상 콜 센터를 통해 정규수업을 포함해 방과후 수업, 1대1 개별수업을 폈다.

이용일 광주시교육정보원장은 “원어민 화상 콜 센터를 이용해 방학 중 영어집중캠프 등을 열어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겠다”며 “원격화상영어수업이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데 한 몫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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