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시니어 패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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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65세 이상 어르신들도 종이 승차권이 아닌 전용 카드로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창구에서 종이 승차권을 받아 사용했으나 지난달부터는 은행이나 동주민센터에서 발급받은 무임 카드(시니어 패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것만 발급받으면 평생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다.

매번 창구에서 표를 받을 필요가 없으니 편리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카드에 굳이 영어식 이름을 붙여야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제도의 이름은 쉬우면 쉬울수록 좋을 텐데 ‘시니어 패스’는 아무래도 어려운 이름이다. 이용 대상이 65세 이상 어르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서울시는 그간에도 불필요하게 외래어나 외국어를 사용함으로써 꾸준히 도마에 올랐다. Hi Seoul, Seoul of Asia, 시내버스의 영문도안(G·Y·B·R), 서울 아트 벨트, 한강 르네상스 플랜 등 각종 이름에 외래어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국제화 시대 외국인에게 알리기 위해 때로는 외래어를 사용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렇다면 ‘시니어 패스’도 외국인들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외국 어르신들이 한국에 오면 ‘시니어 패스’를 발급받아 지하철을 이용하기라도 해서일까. ‘시니어 패스’는 외래어 남용이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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