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세희 기자의 의료현장 ⑤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백롱민 교수의 구순열·구개열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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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롱민 교수가 카메라를 착용한 상태로 확대경을 보면서 수술하고 있다.2 수술 전 백롱민 교수가 구순열구개열 환자인 이계현(左)씨에게 수술법을 설명하고 있다.3 수술실 의료진의 모습. [강정현 기자]


아래·위턱 어긋나 … 수술 후 감각 일시 손상

4월 8일. 외래를 찾은 이씨에게 백 교수는 방사선과에서 촬영한 얼굴 X선 사진을 가리켰다.

“교정을 했지만 아래턱이 위턱보다 앞으로 나와 있죠. 이걸 제 위치에 놓으려면 아래턱은 약간 위쪽을 향하게 뒤로, 위턱은 앞으로 움직여줘야 해요”라며 수술법을 설명한다.

“부작용은 없나요?”(환자)

“뼈를 자르고 다시 붙이는 과정에서 감각신경이 손상돼 아랫입술은 한동안 감각이 둔해집니다. 다행히 빠르면 석 달, 길게는 2년 이내에 회복돼요. 간혹 안면신경이 손상되거나 출혈이 문제되기도 하는데, 괜찮을 겁니다.”

감염 위험 줄이려 입·콧속 30회 소독

4월 21일 오전 8시. 팔에 링거 수액을 매단 채 환자가 들어오자 수술장 의료진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간호사가 환자의 가슴과 팔다리에 맥박과 체온을 측정하는 기구를 붙인다. 또 머리맡에선 마취가 진행된다.

잠시 후 환자가 깊은 잠에 빠져든 걸 확인한 전임의는 목부터 얼굴까지 베타딘으로 소독한 뒤 수술할 곳을 제외한 온몸에 방포를 씌웠다.

“머리는 전날 소독용 샴푸로 감았지?”라고 백 교수가 확인하자 수술 보조 전공의는 “네, 입 속과 콧속만 세척하면 됩니다”고 답한다. 백 교수는 기자에게 “생리식염수로 세척하면 코와 입에 상주하는 세균 수가 줄어 감염 위험이 줄기 때문에 30회 정도 합니다”고 설명한다.

8시30분, 세척이 끝나자 백 교수가 환자의 오른쪽에 서면서 본 수술이 시작됐다. 백 교수는 이마에는 카메라를, 눈에는 확대경을 착용한 상태다. 수술 장면은 백 교수가 착용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 확대 촬영돼 모니터에 비친다. 백 교수는 시종일관 환자의 입안을 보며 수술한다.

“카메라를 왜 착용하나요?”(기자)

“나 때문이 아니라 수술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수술 장면을 봐야 되잖아요, 얼굴 수술은 시야가 좁아 집도의와 전임의만 볼 수 있거든요.”(백 교수)

“위턱은 3㎜ 앞으로 당기고 아래턱은 2㎜ 위로 올려주면서 뒤로 12㎜를 빼야 한다.” 주변 의사에게 수술 개요를 설명한 백 교수는 수술 칼로 환자의 입술을 들고 점막을 3㎝ 절개했다. 연이어 조직을 박리하자 위턱뼈가 드러나 보인다.

“르포(끌).”(백 교수)

간호사가 전해주자 끌로 위턱뼈를 자른 뒤 3㎜ 앞으로 꺼내듯이 당긴다. 위턱뼈가 원하는 자리에 놓였다. 연이어 티타늄 소재의 나사를 박아 이동한 뼈를 고정하자 위턱뼈 수술은 끝났다.

백 교수는 수술용 톱으로 양쪽 뺨 부위의 아래쪽 턱 뼈를 세로로 2㎝씩 잘랐다.

“뼈를 자를 때 이 신경(안면신경의 분지)과 옆을 지나가는 혈관을 손상시키지 않아야 해.” “환자마다 신경과 동맥이 지나가는 위치가 다르잖아. 매번 확실하게 점검한 뒤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다뤄야 해·”(백 교수)

아래턱뼈 중간이 분리되자 수술이 끝난 위턱뼈와 교합을 맞추기 위해 절단된 뼈를 12㎜ 뒤로, 또 2㎜ 위로 오도록 옮긴 뒤 이번에도 티타늄 소재의 나사와 핀으로 고정한다.

이제 턱뼈는 수술 전 계획했던 모양과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절개했던 점막 등을 꿰매고 아래·위 치아를 고정해주는 고무줄을 끼우자 수술은 끝났다. 시계는 11시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수술 3일째 되던 24일, 이씨는 3주 뒤 외래에 오기로 하고 퇴원했다.

3시간30분 수술 성공 … 마무리 치아교정 해야

5월 13일 오후 1시. 외래에서 이씨를 진찰한 백 교수가 “수술은 계획대로 잘됐다. 하지만 마무리 치아교정을 받아야 하며 입술과 코의 변형을 고치는 일은 간단한 수술이지만 교정 이후라야 가능하다”고 남은 마무리 치료 일정을 설명했다. 이씨는 수술 결과에 아주 만족해했다.

글=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사진=강정현 기자



구순열·구개열 수술
어릴 때 갈라진 뼈 봉합, 성인 되어 교정 수술

구순구개열 수술은 가장 흔한 얼굴 뼈 성형수술이다. 유병률은 신생아 500명당 1명 정도. 환자는 일단 어릴 때 갈라진 뼈를 봉합해 주는 수술을 받는다. 자연 뼈 성장판이 손상되고 혈액순환도 제대로 안 돼 뼈가 제대로 못 자란 채 모양도 변한다. 이 경우 성인이 된 후에 모양을 바로잡아주는 교정수술을 받아야 한다.

턱 변형의 정도는 봉합수술을 일찍 할수록, 수술 횟수가 많을수록, 수술 부위가 넓을수록 심하다. 얼핏 들으면 늦게 수술할수록 변형이 줄기 때문에 좋을 듯싶다. 하지만 수술 시기를 늦추면 발음이 불명확해져 말을 제대로 못 배운다.

따라서 구개열 수술은 12~18개월 때, 턱뼈 수술은 뼈 성장이 끝난 시기인 남자 17세, 여자 16세 이후에 받아야 한다.

얼굴에는 중요한 신경과 혈관이 많이 지나간다. 따라서 뼈를 자르고 다듬을 때 집도 의사가 목표한 위치에서 1㎜의 오차도 안 나게 조심해서 조작해야 한다.

구개열 환자의 턱뼈 수술은 이씨처럼 치아교정 치료로 치열을 반듯하게 정돈한 뒤 받아야 한다. 또 수술 후에도 아랫니·윗니가 제대로 맞물리게 하기 위해 한동안 치아교정이 필요하다. 입술과 코도 변형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도 역시 턱뼈 수술 후 치료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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