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리바이어던…고전출판된 시대상황 살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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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고전의 완벽한 이해를 위해서는 고전이 산출된 시대속에서의 각종 사상적 쟁점들을 소화해야 된다.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도 마찬가지다.

리바이어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사한 쟁점을 다룬 당시의 저서인 존 로크의 '정부론' 이나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 ,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과 비교해 어떤 점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하는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리바이어던' 은 구약성서 욥기 41장에 나오는 바다의 괴물. 홉스는 이 괴물을 통해 당시 영국의 내란과 혼란이 주권의 소재가 명확치 않는데 있다고 생각하고 '자연상태' 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이 야기된다는 독자적인 인간분석을 바탕으로 절대주권의 필요성을 확립함으로써 인민의 안정과 평화에 달성하고자 했다.

홉스는 '자연상태' 를 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불의도 없는 상태로 설명한다.이로부터 벗어나 인격 상호간의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홉스는 '사회계약' 을 절대적인 조건을 삼는다.

그리고 사회계약이 이뤄지기 위해 평등한 조건에서 서로의 권리를 승인하는 '계약자의 정의' 를 전제하고 있다.이같이 '계약자의 정의' 에서 사회질서를 설명했다는 점에서 '자연질서' 로부터 사회적 신분관계를 설명했던 봉건적 사회질서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꾀한 것이다.

홉스는 이같은 계약이 준수되기 위해 강제력을 지닌 공통의 권력을 제기한다.계약.교환에 입각한 시민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해 인위적으로 구성된 국가가 그것이다.

이같은 홉스의 국가관은 존 로크나 장자크 루소의 '최소국가' 나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에 비해 절대적 주권을 갖는 것이어서 오늘날 전체주의의 이론적 뿌리로 평가받기도 한다.'리바이어던' 에서 출제될 수 있는 쟁점은 크게 세가지. ▶자연상태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이라는 인간분석의 적절성을 둘러싼 형이상학적 논의▶ '계약자 사이의 정의' 가 과연 실현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둘러싼 사회철학적 논의▶국가 권력의 역할과 작용범위를 둘러싼 쟁점등이다.

특히 마지막 쟁점은 세계화와 관련해 최근 '작은 국가론' 을 주장하는 시장제일주의자들의 주장과 연계해 출제될 수도 있다.시장이외에 국가가 개입하는한 노예의 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다는 하이에크의 '예종에의 길' 이후 다양한 형태의 시장 제일주의자들이 등장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속에서 국가의 강제력과 간섭의 범위에 대한 하나의 견해로서 '리바이어던' 이 제시문으로 출제될 수 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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