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혼외정사와 경기회복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경제가 회복하기 시작했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지표나 단서는 없을까?

몇몇 전문가는 선박운임을 꼽는다. 국제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선박운임이 오르기 때문이다. 어떤 전문가는 각국 중앙은행이 시중에 푼 자금 규모를 추천한다. 통화량 증감에 따라 경기가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경험 덕분이다. 요즘에는 각국 주택시장 동향이 경기 회복 여부를 말해 준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나오고 있다. 또 이른바 기업인의 동물적 본능이 회복됐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말도 있다.

이들 지표가 나름대로 쓸 만한 경제 온도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모든 지표는 낡은 것들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는 대공황 이후 최악이다. 전통적인 경기진단 지표로 흐름 변화를 읽어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는 정통적이지는 않지만 바뀐 경제흐름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대안 지표를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다양한 지표들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 기발한 것을 꼽는다면 바로 ‘혼외정사 건수’와 ‘라트비아 매매춘 가격’이다.

혼외정사 건수는 영국의 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일리시트 인카운터스(www.illicitencounters.co.uk)다. 이곳은 남편이나 아내 몰래 은밀한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들을 이어준다. 회원이 적어도 30만 명에 이른다. 흥미로운 사실은 영국의 대표적인 주가 지수인 FTSE100지수가 급등하거나 급락할 즈음에 이 홈페이지의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점이다. 지수가 지지부진하면 사람들이 남편이나 아내에게 충실하려고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리시트 인카운터스의 대변인인 로지 프리먼-존스는 “주가가 오르면 사람들이 들뜬 마음에 배우자 외의 파트너를 찾는 듯하고, 주가가 뚝 떨어지는 순간에는 위안을 찾기 위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 블로그인 브론트캐피털(Bronte Capital)을 운영하는 존 헴턴은 이른바 발트3국 가운데 하나인 라트비아의 매매춘 가격 흐름을 통해 유럽 최대 경제인 독일을 비롯해 폴란드·덴마크·스웨덴 등 발트해 연안의 경기를 짐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나라 매매춘 시장에는 진입장벽이 없다”며 “원하는 여성은 모두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많은 여성이 살아남기 위해 매매춘에 뛰어드는 바람에 이 나라 매매춘 가격이 뚝 떨어지면서 발트해 연안 경제는 극심한 침체와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다고 헴턴은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윤리적 측면을 잠시 접어두면 헴턴의 주장이 터무니없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어떤 나라가 매매춘을 완전히 허용한다면, 그 값의 변화는 중앙은행이 예의주시해야 할 훌륭한 지표가 될 수 있다. 한계 선상에 있는 여성들이 일자리 등이 줄면 매매춘에 뛰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지표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경제는 회복과 거리가 좀 있다. 혼외정사 사이트의 방문자 수 등은 세계 주가가 폭락한 지난해 11월 전후 급증했다. 요즘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는 최근 주가 상승이 베어마켓 랠리(Bear Market Rally)임을 시사한다. 본격적인 상승이 아니라는 얘기다. 또 라트비아 매매춘 여성이 많아 값이 하락해 회복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두 지표만이 가장 정확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경제 흐름이 바뀐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기존 지표에만 기대 회복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매튜 린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정리=강남규 기자

중앙SUNDAY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