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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경영개혁 찬바람 타고 외국 컨설팅사 신바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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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은행개혁 바람속에서 외국의 다국적 컨설팅 회사나 회계법인들이 경영컨설팅 특수 (特需) 를 만났다.정부가 은행권에 미국식 선진 금융기관을 지향해 환골탈태할 것을 종용하자 경영상태가 비교적 낫다는 시중은행들까지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을 기웃거리고 있다.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 (8%) 준수는 이제 기본에 속하는 일이다.이에 따라 매킨지.아서 앤더슨.쿠퍼스 앤드 라이브랜드 등 세계 6대 회계법인 (빅6) 들은 물론 앤더슨.보스턴 등 유명 다국적 컨설팅 회사들의 물밑 수주전도 치열하다.

올들어 제일.보람은행이 각각 앤더슨 컨설팅과 매킨지로부터 경영진단을 받은데 이어 조흥은행이 이달들어 부즈 앨런 해밀턴에 구조조정 컨설팅 용역을 맡겼다.제일은행은 자구계획이 담긴 컨설팅 결과를 지난달초 은행감독원에 제출했고 보람은행은 후발이지만 80년대 이후 인수.합병 (M&A) 전략을 잘 구사해 미국내 굴지의 고수익 은행으로 발돋움한 뱅크 원 은행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을 얻었다.

조흥은행은 단순한 경영진단이 아니라 조만간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할 최종 경영개선계획서 작성을 맡겼다.

외환은행은 경영개선 계획에 포함된 본부조직 슬림화 문제를 지난달 보스턴컨설팅에 의뢰했다.신한과 같은 우량 은행들까지 하반기중 외국계 컨설팅사에 경영진단을 요청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중이다.

다국적 컨설팅사들도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지 않는다.앤더슨은 BIS비율이 8% 이하인 12개 시중은행에 지난달 컨설팅 제안서를 모두 돌렸다.

부즈 앨런 해밀턴은 지난해 재정경제원 해체 등 일련의 정부개혁안을 언론에 공개하며 얻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뛰고 있다.DTT는 호주.뉴질랜드 정부축소와 태국 금융기관 통폐합 작업에 참여한 국제적 경력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외국계 회계법인들은 경영투명성 제고와 관련해 26개 시중.지방은행 회계감사 수요를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앞다퉈 '외제' 컨설팅을 찾는 풍조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도 많다.

당분간 컨설팅받을 계획이 없다는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밑그림을 그려도 국내 실정과 동떨어지고 현실성이 없다면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외국계를 찾아야 할지 의문" 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통상 10여명이 투입돼 두달가량 걸리는 은행 경영컨설팅에 대해 적게는 수십만달러에서 몇몇 정상급 회계법인의 경우 2백만달러 (28억원) 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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