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잠사업계 선도 (주)호남장사, 판로막혀 문 닫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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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내최대의 단일제사공장이자 전북의 향토기업인 ㈜호남잠사 (대표 柳東雨)가 숱한 추억을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한때 종업원이 7백여 명으로 국내 잠사 (蠶絲) 업계를 선도하고 김제지역 경제활성화에 견인차 역할을 해 왔던 이 호남잠사가 문을 닫게 되자 지역 주민들의 아쉬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호남잠사가 문을 연 것은 3공화국 시절인 지난 68년 8월. 현 세풍그룹의 전신인 한국합판과 농어촌개발공사, 국제개발공사 등이 공동으로 투자, 자본금 2억원으로 설립했다.당시 김제시 일대는 뽕나무 재배농가가 국내에서 제일 많아 이들 농민들의 뽕나무잎을 수매해 이를 원료로 공장을 가동했다.

김제시검산동912번지 1만9천2백 평의 부지에 연건평 3천4백 평 규모의 호남잠사는 전성기인 70~80년대 연간 매출액이 60억원이 넘어 국내최대 잠사업체로 부상하고 한때 세계 3위의 생산량을 기록한적도 있다. 따라서 당시 호남잠사의 월급날이면 김제시내 양품점들은 물론 술집 등이 대 호황을 누리는 등 지역상권을 좌우했을 정도로 경제 전성기를 이루기도 했다.

또한 전주는 물론 김제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의 봄.가을 소풍장소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그러나 90년대초 중국산 누에고치가 물밀듯 들어오고 양잠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수출이 안 되고 판로가 막혀 공장의 일부 라인이 중단되고 종업원이 1백 명으로 줄어들기 시작, 올해는 아예 모든 라인이 멈춘 데 이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호남잠사는 지난달 28일 세풍그룹의 계열인 익산시신흥동 한국견직공업㈜과 합병공고를 내고 오는 6월 회사간판을 내린 뒤 매각할 방침이다.金영호 (59.농업.김제시검산동) 씨는 "이 공장이 가동된 이후로 지역주민들이 소득이 높아져 70년대 이후 김제시내 술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농민들은 뽕잎을 수매하기 위해 2백여m가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광경이 어렴풋이 되살아 나고 있다" 며 "이제는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없고 추억으로 간직하게 됐다" 며 아쉬워 했다.

김제 =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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