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은 재정투자 확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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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하시모토 (橋本) 일본총리는 세계가 일본경제에 대해 붕괴 직전에 있다고 과장된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주문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일본경제의 붕괴는 무서운 재앙이 될 것이다.

한국에는 이 점이 더욱 심각하다.

무엇이 90년 부동산가격 버블 붕괴 이후 8년째나 일본경제의 안정성장을 가로막고 있는가.

97년과 98년 일본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이것이 관료주의 때문이라고 혹평했다.

관료 주도 일본경제가 현실적으로 가장 두려워해 온 것은 재정적자 확대와 기존 금융시스템의 와해였다.

이 두 가지 두려움이 안정성장에 필요한 투자지출 확대를 막아 왔다.

조세부담 경감을 통한 민간부문의 소비수요 및 투자수요 확대뿐만 아니라 재정부문의 적극적 사회간접자본 투자 없이 일본의 안정성장 시동 (始動) 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내외 전문가들의 대체로 일치된 견해다.

이러한 일본의 국내수요 확대는 적어도 당장은 재정적자 확대 없이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일본의 관료주의는 국내수요 대신 수출확대를 통해 성장 추진력을 복원 (復元) 하려 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일본경제가 엔의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촉진만을 해 온 것은 다른 나라에 심각한 무역적자를 떠안겼다.

특히 아시아 제국 (諸國)에는 지금의 경제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됐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함께 부동산 과다채권을 가진 부실금융기관은 정부에 의해 조기에 정리됐어야 했다.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가 97년에 와서야 자연 도산 (倒産) 과 공공자금에 의한 자본금 충전 (充塡) 이 이뤄지고 있다.

늦었지만 일본의 금융개혁에는 지금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일본경제가 자신과 세계경제를 공황으로 치닫게 하는 것을 막으려면 금융개혁에 더해 재정적자를 통한 내수 진작 (振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것만이 하시모토 총리의 주문대로 일본경제에 대한 과장된 두려움을 불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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