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원 폰도 공짜, 가입비 무료 … 통신 3사 ‘손님 뺏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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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개월 약정, 한 달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면 60만원대의 신형 폰을 공짜로 받습니다. 가입비도 없습니다.’ (A쇼핑몰 광고)

이동통신 시장이 ‘공짜 폰’ 기승으로 최악의 혼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통 3사의 손님 빼앗기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며 휴대전화 번호이동 건수도 신기록을 갈아치울 판이다. 50.5%의 목표 시장점유율을 지키려는 SK텔레콤과, 유선에 이어 무선에서도 선두 자리를 노리는 KT가 다음달 1일 통합 KT 출범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정일재 LG텔레콤 사장은 “이통 업계 영업비용 지출이 지나쳐 올 들어 괜찮았던 수익성이 이달 들어 뚝 떨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경쟁 과열=길거리 이통 매장이나 온라인 단말기 쇼핑몰을 찾으면 공짜폰이 수두룩하다. 출고가 30만~40만원대의 중저가폰은 약정기간 등 전제 조건을 달지 않은 채 번호이동만 하면 무료로 받을 수 있다. 60만원대 이상의 신형 휴대전화기도 2년 약정기간을 걸고, 2만원대의 데이터 요금제에 들면 단말기 비용은 물론 가입비마저 면제받는다. 마음만 먹으면 번호이동으로 언제든지 신형 단말기를 챙길 수 있다. 이통사를 수시로 옮기는 ‘철새’ 소비자는 좋지만, 대다수 ‘단골’ 고객은 상대적으로 손해다. 영업비가 결국 요금으로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통 3사의 과열 경쟁은 SK텔레콤의 ‘수성’과 KT·LG텔레콤의 ‘도전’이 맞부닥치면서 비롯됐다. 1위인 SK텔레콤은 지난달 시장점유율이 내부적으로 정한 마지노선 50.5%를 약간 밑돌자 이달 들어 공격 마케팅의 불을 댕겼다. KT는 KTF 합병 법인 출범에 앞서 유리한 교두보를 마련하려고 전국의 KT플라자(옛 전화국)까지 동원해 영업에 나섰다. LG텔레콤은 무선 인터넷 ‘오즈’의 성공을 앞세워 18% 점유율의 장벽을 뛰어넘으려고 가입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번호이동 신기록 세우나=휴대전화 번호이동 수치는 이통 시장의 판도를 가늠케한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4600여만 명으로 신규 가입이 거의 없는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올 들어 4월까지 잠잠하던 번호이동은 이달 들어 급증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5월 들어 번호이동 건수는 22일에 이미 4월 한 달치(83만9011건)를, 26일엔 100만 건을 넘었다.

특히 요즘엔 하루 7만여 건의 번호이동 신청이 접수돼, 지난해 3월(119만 건)의 사상 최대 기록을 이번 달 경신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다음 달 초에 5월 번호이동 실적이 최종 집계돼 사상 최대치임이 확인되면 법 위반 여부를 따져볼 생각이다. 익명을 원한 방통위 관계자는 “법 위반에 대한 제보를 점검하거나 번호이동의 통계를 체크하는 등의 ‘예비 검토’를 하고 있다. 위반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마케팅이 있을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호 기자

◆번호이동(MNP)=기존 휴대전화의 번호를 그대로 쓰면서 서비스 회사를 옮기는 제도. 소비자가 번호 변경에 대한 부담 없이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영국(1999년)·미국(2003년)에 이어 국내에선 2004년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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