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Q&A] 정관수술 ≠ 정력감퇴 “그건 나이 때문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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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35 세 된 두 아이가 있는 가장입니다. 그 동안 질외 사정, 콘돔, 루프삽입술 등의 방법으로 피임을 해왔는 데, 앞으로 계속 이 방법으로 피임하기도 불편하고 여건 상 아이를 더 이상 갖고 싶지 않아 영구적인 불임시술을 받고 싶습니다. 어떤 친구는 정관 수술을 받고나면 정력이 떨어졌다고 절대로 수술을 받지 말라고 합니다. 막상 수술을 받으려고 생각하니 겁도 납니다.

A : 정관수술이란 아이를 갖지 않기 위한 여러 가지 피임 방법 중에서 최종적으로 마지막에 시행하는 수술적 피임방법으로서,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가 요도로 나오게 되는 길목 역할을 하는 정관을 차단하는 방법입니다. 여자의 난관은 배안 깊숙이 위치한 데 반해서 남자의 정관은 음낭에서 쉽게 만져지므로 부인보다는 남편이 불임시술을 받으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정관수술을 받은 후부터 신체 여러 부위의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특히 정력이 감퇴되고 발기가 잘 안되며 성감이 나빠지고 사정 양과 성교 횟수도 줄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신불안, 신경통, 요통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비교적 나이가 많은 40대 초반 이후에 정관수술을 받은 사람에게서 잘 발생합니다. 생리적으로 볼 때 남성은 20대에 정력이 최고조에 달하여 30대까지 가다가 40대에 들어서면 줄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에 우연히 수술을 받고 성욕이나 성기능 감퇴 현상을 수술 탓으로 돌리게 됩니다. 정관수술 후 성욕이나 성감 뿐만 아니라 성기능이 전혀 감퇴되지 않는 것은 수술 후 남성 호르몬의 생산이나 분비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발기나 사정 등이 성기능에 관여하는 신경이나 혈관과는 해부학적으로 동떨어진 관계없는 부분을 수술하기 때문입니다. 젊은 층에서는 수술 후부터 임신의 공포에서 해방되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감이 없어 정력이 수술 전보다 왕성해졌다고 좋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수술 후의 모든 신체적 변화들은 심리적 원인에서 오는 것입니다.

정관수술은 국소 마취한 후 음경과 음낭의 접합부 중앙에 1 cm정도 피부를 절개해 양측 정관을 절단 결찰해 주며 10~20분 정도 소요됩니다. 수술 후에도 별다른 고통이나 불쾌감을 주지 않으며 수술직후부터 일상 업무가 가능합니다. 수술 후 유념해야할 사항은 정관수술을 받은 날로부터 피임효과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관수술을 받을 당시에 이미 정관을 거쳐 정관의 끝부분인 말단부의 저장소에 나와 있던 정자가 정관수술을 받은 후에도 계속 사정 액 속에 나오게 됩니다.

이와 같이 이미 정관말단부의 저장소에 나와 있던 정자가 임신이 안 될 정도로 완전 소실되려면 적어도 12회 이상 사정한 후라야 가능합니다. 드물게는 더 오랫동안 정자가 나올 수도 있으므로 약 3개월 후에 정액검사를 하여 정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서경근 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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