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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끌어오자" 지자체 뜨거운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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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화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간에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투자 적지를 찾으려는 해외 기업체나 연구소를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도 한창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최근 수도권 소재 244개의 공공기관 가운데 180~200개를 지방이전 기관으로 선정, 8월 중 발표키로 했다.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각 지자체가 이전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는 한국전력.도로공사.토지공사 등 20여개 기관의 이전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산시 역시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 등 23개 기관의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많은 지자체가 수도권 공공기관 유치를 희망하고 중앙을 상대로 각종 로비활동을 펴고 있다. 시장이 직접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방문, 적극적인 로비를 펴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지자체들이 공공기관.기업 또는 큰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상호 경쟁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최근 겨울올림픽 유치를 둘러싸고 전북도와 강원도가 벌인 경쟁이나 경기도 내 영어마을 유치를 위해 기초자치단체가 벌인 경쟁이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유치 경쟁은 주민의 입장에선 보다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받고 지역 내 개발 경쟁으로까지 이어져 지역 발전과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크다.

그러나 경쟁이 지나칠 경우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와 지역 간의 갈등, 마구잡이 개발이 조장될 우려도 있다. 지자체 간 차별성이 없고, 따라서 유치 결정이 잘못될 경우 해당 지역의 부담으로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대규모의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이러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가 구체적인 전국 균형발전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 간 형평성있는 배분을 담당할 공정한 기구 설립과 그 기구의 제대로 된 운영이 필수적이다.

지방의 준비도 필요하다. 지방자치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주민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올 수 있다. 자치단체장은 선거를 염두에 두고 이에 편승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 단위의 민.관 협의체를 통해 자체적인 요구의 기준과 내부 조정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주민의 자치능력을 키워 중앙정부를 상대로 일치된 정책 제안이나 제도 예산상의 요구를 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광주시가 최근 수도권 공공기관을 유치하며 시를 비롯, 의회.교육청.대학.상공회의소 등 10여개의 유관 기관으로 지원협의회를 구성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중앙정부의 공정한 갈등 관리, 지자체 간 선의의 경쟁, 주민 참여 등등 이러한 합의된 틀 안에서 형평성있는 공공기관 이전정책이 시행되길 기대해 본다.

이대수 경기시민사회포럼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