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소형차 전쟁 불붙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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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미국 시장에서 ‘한·일 간 소형차 판매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본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소형차를 잇따라 출시하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 왼쪽은 피아트500, 오른쪽은 마쓰다 데미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말부터 소형차를 앞세워 기선을 잡자 일본 업체들도 경쟁력 있는 소형차를 미국 시장에 잇따라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회복된 뒤에도 친환경 정책 등과 맞물려 대형차 중심의 미국 시장에서 소형차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 수출할 소형차는 배기량 1.3~1.8L급으로 가격은 1만2000∼1만8000달러다. 현대·기아차의 소형차급인 베르나·프라이드·아반떼·쏘울과 경쟁하게 된다. 올 1분기 미국에서 소형차(배기량 2L 이하)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자동차 시장은 전년 대비 24%나 감소했다. 일본 업체들은 치열한 자국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은 연비 좋은 소형차를 앞세워 미국 시장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마쓰다의 경우 배기량 1.3~1.5L인 ‘마쓰다 2(일본명 데미오)’를 내년 초 미국에 수출하기로 했다. 마쓰다는 지금까지 북미 지역에서 중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만 팔았지만 저렴한 소형차 수요가 증가하자 마쓰다 2를 투입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연간 4만 대 이상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차는 ‘2008년 월드 카 오브 더 이어’에 뽑힌 5도어 모델로 연비(자동 기준)가 17㎞/L로 뛰어나다. 넓은 실내 공간과 귀여운 디자인으로 일본과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다.


닛산은 1.8L 가솔린 엔진을 단 소형 박스카인 큐브를 지난달 미국에 수출했다. 월 4000대 이상 팔 계획이다. 기본형이 1만3000달러로 기아차 쏘울과 경쟁하게 된다. 닛산은 또 같은 엔진을 단 소형차 ‘티다’의 세단형 모델 수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도요타·혼다는 편의 장치를 줄인 저가형 모델을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에서 소형차인 코롤라 무이자 판매를 한 데 이어 저가형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년 초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혼다는 편의 장치를 대폭 뺀 1만2000달러대 저가형 소형차 피트를 올 하반기에 내놓는다. 스즈키도 경소형차 미국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 맞게 엔진 배기량을 1.3L로 키우고 차체 강성을 보강해 연비를 20㎞/L로 해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일본 소형차는 현대·기아차보다 연비가 20% 정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미국 시장에서 일본 차 값이 현대·기아차보다 10% 이상 비싸지 않을 경우 위협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심정택(자동차 컨설턴트) 피알에이투지 대표는 “현대·기아차가 소형차 경쟁력 면에서 일본에 뒤지는 이유는 최근 5년간 대형 배기량 차 개발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올 하반기부터 벌어질 일본 업체와 치열한 가격 경쟁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업체 등도 미국 시장에서 소형차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내년에 완공하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제타·파사트 등 연비가 우수한 소형차를 생산하기로 했다. 또 올 하반기 슬로바키아 SUV 공장에서 소형차 ‘폴로’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피아트도 크라이슬러 판매망을 통해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소형차인 푼토와 피아트500을 미국에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포드는 미국 미시간의 SUV 생산라인에 4억 달러를 투입해 소형차인 ‘포커스’ 라인으로 전환한다. 또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해 남미에 팔고 있는 1.5L급 피에스타를 내년 하반기 미국에 투입하기로 한 계획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김태진·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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