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도이전 공청회 제대로 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주최로 수도 이전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오는 22일까지 전국 9개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수도 이전에 대해 찬반 양론이 극심하게 엇갈리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까지 제기되어 있는 상황인 만큼 이번 공청회는 양측 의견을 차분하게 따져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엊그제 대전에서 열린 첫 공청회가 수도 이전의 당위성만 홍보하려는 국정보고회나 다름없었다는 소식은 매우 실망스럽다. 추진위원회 자문위원장이 개회사에서 "행정수도를 건설하느냐, 마느냐는 실익없는 논쟁"이라며 반대 주장을 원천봉쇄하고, 토론자들도 수도 이전의 당위성만 집중적으로 강조했다고 한다. 심지어 "새 수도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세력과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언론 태도가 문제" "국민적 합의가 없어도 필요한 결정은 할 수 있다" "행정수도 논란은 저강도의 (대통령) 탄핵" 등 선동적인 발언까지 나왔다.

이희승 박사의 국어사전은 공청회란 '국회나 행정기관 등이 중요한 안건 또는 전문지식을 요하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하여 공개석상에서 이해관계자 또는 학식.경험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의견을 듣는 모임'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한 쪽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강요한 대전 공청회는 공청회라고 할 수 없다. 오죽하면 이날 충남 주민인 방청객이 "공청회가 아닌 보고회"라며 국정홍보처 직원들의 얘기를 듣는 것 같다고 질타했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엊그제 "국민이 보기에는 (수도 이전의)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고 느낄 수도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정책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적극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대로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공청회는 찬반 양론이 제대로 펼쳐지는 장(場)이 되어야 한다. 일방적인 홍보를 계속하려면 '공청회'란 이름을 떼내야 마땅하다. 앞으로 남은 공청회는 공청회답게 진행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