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파업 이유가 노조원 해외연수라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요즘 노조의 도덕적 해이와 일탈(逸脫)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는 여천화학단지 내 석유화학.정유업체 노조가 10% 안팎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오늘부터 파업에 들어간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내버스 노조 간부들이 원만한 노사협상에 협조하는 대가로 수천만원대의 돈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여천지역 석유화학.정유업체들의 평균연봉은 15년차 기준으로 6000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이것도 모자라 일부 업체는 전 조합원 해외연수를 들고 나왔다. 기업의 지급능력이 한정돼 있는 상태에서 이렇게 대기업노조의 요구는 끝이 없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지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대구 버스노조 간부들의 부적절한 처신도 어처구니없다. 이들은 여행을 가거나 명절 때 관례적으로 돈을 받았다며 대가성을 부인했지만 돈을 받은 2002년, 2003년에는 파업이 없었거나 하루 만에 끝났다고 한다.

노조는 강한 연대의식과 높은 도덕성을 발휘할 때에만 사회적 지지와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 노조가 기득권에 집착하고, 사용자와 검은 거래까지 한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책임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양식을 가진 집단인지조차 의문시된다. 오죽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일부 노동운동이 도덕성과 책임성을 잃어가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질타했겠는가.

이렇게 노조가 무소불위의 존재로 군림하면서 기득권을 확대하려 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생산성 증가를 초과하는 임금상승이 지속되면 국내기업의 해외이전과 외국투자가의 이탈은 가속화될 것이다. 한국의 노사경쟁력은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전체 근로자의 12%에 불과한 노조, 이 가운데서도 강성노조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불행한 상황이 계속되게 할 수는 없다. 정부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