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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그리스의 선물 와서 마음껏 즐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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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다스칼라키 조직위원장이 아테네 올림픽 메달 도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옷을 가장 잘 입는 사람으로 꼽힐 정도로 패션감각도 뛰어나다. [AP 자료사진]

"한국은 서울 올림픽에서 과거의 오랜 전통과 역동적인 현재의 모습을 보여줬지요. 이번 아테네 올림픽을 통해 역사와 문화, 자연이 살아 있는 그리스를 탐험하고 올림픽 축제를 즐겨주세요."

아테네 올림픽조직위원회(ATHOC)의 기아나 앙겔로풀로스 다스칼라키(49)위원장은 한국 국민에게 이렇게 전해달라고 중앙일보 취재팀에 얘기했다. ATHOC 조직위원장의 공식 인터뷰는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이다. 인터뷰는 지난 9일 서면으로 이뤄졌다.

2000년 5월 올림픽 100년 역사상 첫 여성 조직위원장으로 임명된 그는 1955년 크레타 섬에서 태어났다.

그리스 제2의 도시 데살로니키의 아리스토텔레스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변호사.정치가.경영자로 성공을 거뒀다. 86년 아테네 시의원으로 출발, 89년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나 90년 그리스 출신의 해운업계 거부인 테오 앙겔로풀로스와 재혼하면서 정계에서 물러났다.

96년 아테네 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된 그는 경쟁 도시인 이탈리아 로마를 제치고 올림픽 유치를 성공시켜 일약 국가적 영웅이 됐다. 2남1녀를 둔 그는 평소 스키와 조깅.사이클링을 즐기며 가끔씩 쿠바산 시가도 피운다.

-서구문명 발상지에서 올림픽이 다시 열리게 됐습니다.

"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한국은 고유하고 오래된 전통과 함께 역동적이고 현대적인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 줬습니다. 이번 올림픽 역시 그리스의 과거와 현재라는 두가지 측면을 세계에 보여줄 것입니다. 올림픽 경기는 그리스가 세상에 내놓은 최고의 선물 중 하나입니다. 아테네 올림픽은 그리스만의 독특한 역사를 축하하고 찬양하는 행사일 것입니다.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로화의 새 멤버로서 활발한 경제활동과 국제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리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휴먼 스케일(human scale:인간 중심.척도.기준)'이라는 말을 쓰는데요.

"휴먼 스케일은 고대와 근대 올림픽을 규정했던 근본적인 가치로 돌아가는 것을 뜻합니다. 평화적인 경쟁과 최고를 향한 도전정신, 그리고 인류애라는 이상의 실현을 위해 올림픽을 준비하고 그 무대에 선수들이 설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 우리가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던 97년부터 지금까지의 키워드입니다. 우리는 올림픽 경기장 설계에서부터 선수들의 요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대회를 고대 올림픽의 역사적인 뿌리와 연결시켰습니다. 약 3000년 전 고대 올림픽이 열렸던 올림피아에서 투포환 경기가 열리고, 마라톤 평원을 마라톤 코스로 잡았습니다. 대신 대회 스폰서와 허식적인 외부 행사는 줄였습니다. 인간 중심의 올림픽이자 아주 특별한 올림픽의 홈커밍 행사가 될 겁니다."

-세 아이의 어머니이면서 막중한 임무를 맡았습니다.

"96년 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지금까지 가장 힘든 일은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그의 가족들은 영국 런던에서 살고 있다). 이번 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저는 만사 제쳐 놓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겁니다. 가족들은 이번 대회가 우리가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일하는 매우 중요한 기회라고 믿고 있습니다. 아테네 올림픽 성공을 위해 저의 희생을 기꺼이 이해해 줍니다."

-그리스를 찾을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금메달을 향해 경쟁을 펼칠 한국선수들에게 격려를 보냅니다. 올림픽 경기는 최고의 감동과 흥분을 전해 줄 무대입니다. 스포츠의 제전과 세상을 하나로 묶는 올림픽의 정신을 찬양합시다. 또한 그리스의 역사, 아름다운 해변, 활력이 넘치는 아테네 중심가를 탐험하고 경험해 보십시오. 그리스인들은 고대의 유산뿐 아니라 최근에 이뤄낸 성과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전통과 뿌리를 잃지 않고 만든 결과입니다. 고대와 현대의 그리스적인 독특한 결합은 이번 대회를 특별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리스 사람들과도 사귀어 보십시오. 그리스의 가장 오래된 전통인 '필로세니아(philoxenia:이방인에 대한 환대)'를 느껴 보십시오. 그리스 어디에서나 따뜻한 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과 우리의 도시, 우리의 집을 기꺼이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 그리스인들은 한국선수단과 한국인들이 올림픽이란 축제를 마음껏 즐기길 기대합니다."

아테네=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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