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가격변수 긴급 점검 ⑤ 부동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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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올 들어 전국 집값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 조사에 따르면 연초 가격지수를 100으로 했을 때 26일 현재 99.9로 나타난다. 그러나 지역별·재료별로 살펴보면 얘기가 확 달라진다.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는 같은 기간 평균 4.5% 올랐다. 특히 일부 지역 재건축 단지는 급등했다. 재건축 단지만 따로 추렸을 때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가 각각 18.5%, 16.5% 상승했고 과천시도 17.4% 뛰었다.

지금까지 주택시장을 움직인 재료는 규제 완화와 저금리에 따른 여윳돈이다. 심리적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주택시장에선 규제 완화 같은 정책이 큰 변수다. 주택시장이 침체된 미국 등 세계 주요 국가와 국내 주택시장이 다른 흐름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 들어 규제를 확 풀고 금리를 낮춘 게 일부 지역, 특정 상품에 수요가 붙고 전체적으로 안정을 찾은 주요 원인이다. 규제 완화가 없었더라면 아마 집값은 많이 떨어졌을 것이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앞으로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대략 그림이 그려진다. 당분간 집값은 안정을 유지하면서 지역별 수급 상황과 재료에 따라 소폭의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규제 완화 카드는 정부가 상반기에 거의 다 썼고 무엇보다 실물경기 회복이 더디다는 게 주택시장 활성화에 장애로 작용한다.

주택도시연구원 이종권 선임연구위원은 “실물경기가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오름세를 탈 수 없다”고 분석했다. 물론 인천 청라나 송도에서처럼 인기 있는 곳의 주택청약 시장은 부분적으로 달아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확산되기는 어렵다.

서울 강남권 등 버블세븐 지역과 재건축 대상 아파트도 상반기와 달리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른 건 규제 완화 기대감과 단기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짙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는 더 이상 없고 값도 많이 올랐기 때문에 추가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에 따른 시중 여윳돈은 새로운 투자상품을 찾아 나설 것이 분명하다. 요즘 이 같은 움직임은 곳곳에서 탐지된다. 최근 주차장 건립 완화 혜택이 주어지는 도시형생활주택 시행에 따라 서울 역세권 단독주택 가격이 10% 이상 오른 것이나 배후 아파트가 많은 판교신도시 상가들이 100% 낙찰된 것 등이 그 예다.

국민은행연구소 나찬휘 부동산연구팀장은 “불어난 부동자금이 갑자기 줄어들긴 어렵기 때문에 호재가 있는 부동산 투자상품에는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투기에 사용될 수 있는 시중 부동자금이 135조∼232조원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돈의 일부가 상반기에는 규제 완화 혜택이 집중된 재건축에 몰렸지만 앞으로는 다른 투자상품으로 옮겨 붙을 여지가 있다. 토지나 재개발 시장이 대상으로 꼽힌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완화조치로 토지시장은 수요를 끌어들일 환경이 조성됐고 최근 급매물이 소화되고 있는 강북 재개발 지분(새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는 권리)도 규제 완화 정책이 나오면 유망한 상품”이라고 조언했다.

상가도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경기 침체를 이기지 못해 급매물로 나온 상가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매수하는 발 빠른 투자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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