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원 집단 신종 플루 병원 오진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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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어학원에서 발생한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가 계속 번지고 있다. 이 어학원에 채용돼 16일 입국한 미국·캐나다 출신 영어강사 65명 중 14명이 집단 감염된 데 이어 25일 미국 영어강사(24) 한 명이 추가로 확진환자로 분류됐다. 이 남성 환자 역시 앞서 감염된 강사들과 같은 오피스텔에 머물며 함께 교육을 받아왔다. 이로써 국내 신종 플루 환자는 어학원 집단 감염자 15명을 포함해 모두 22명으로 늘었다. 이와 별도로 24일 미국 뉴욕에서 일본 나리타 공항을 거쳐 인천공항에 입국한 28세 여성도 추정환자로 분류됐다.

신종 플루에 감염된 외국인 강사가 생활했던 서울 서초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25일 서초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입주자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 전병율 전염병대응센터장은 25일 “미국이 신종 플루 위험국가인 만큼 학원 측이 당연히 사전 예방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 같다”며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으로 추측되는 23세 미국 여성 A씨의) 발병 초기 학원 측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어학원 측이 초기에 감기 증세를 보이는 영어강사들을 서울 강남의 한 병원으로 데려 갔고 이 병원에서 영어강사들이 단순 감기에 걸린 것으로 진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최초 전파자로 알려진 A씨(23·여)를 비롯한 환자들이 동료 강사들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면서 집단 감염으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

어학원 관계자는 “16일 입국한 강사 전원을 대상으로 18일 검진을 한 결과 발열 등의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곧바로 검진 계약을 한 병원에 보내 진료를 받게 했다”며 “A씨도 21일 병원을 찾았으나 병원 측에서 단순 감기라며 감기약만 처방해줬다”고 주장했다. 이 어학원에 따르면 18일 2명, 19일 1명, 21일 4명 등 모두 7명이 발열·기침 등 신종 플루 증세가 있어 이 병원에서 추가 진료를 받았다. 병원 측은 21일 4명의 강사 모두를 단순 감기라며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학원 측은 증세가 심한 1명을 보건소에 데려가 검사를 받게 했다. 7명 중 3명은 나중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18일 단순 감기 진단을 받은 29세 미국 여성 강사도 23일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기 때문에 그동안 다수의 동료를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신종 플루 환자와 관련해 함구령이 내렸다”며 “자세한 내용은 우리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학원 관계자는 또 “질병관리본부가 16일부터 A씨가 증상이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A씨는 21일 처음 증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질병관리본부 발표와 달리 A씨가 최초 전파자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검역설문서에 아무 증상이 없다고 신고한 바 있다.

이 어학원은 전국 121개 지점 모두 다음 달 2일까지 휴업하기로 했다. 수강생은 6만여 명에 달한다.

질병관리본부 이종구 본부장은 25일 전문가 자문위를 개최한 후 “지역사회 유행에 대비해 현재 확보한 197개 격리병상 외에 1만 개의 전염병 치료병상을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24일 뉴욕에서 입국한 확진환자 어린이 3명 중 1명은 계속 열이 나고 있고, 다른 2명은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혜리·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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