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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형·서민형 두루 섞인 국내 최대의 한옥 주거공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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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풍남동·교동 ‘한옥마을’. 세월을 비껴간 듯 고풍스러운 한옥 기와집이 700채가 넘는다. 마을 한쪽 마당에는 널뛰기·투호 등을 즐길 수 있는 전통놀이 마당이 있고, 술 익는 냄새가 흘러나오는 술박물관도 보인다. 토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골목에서 들리는 판소리 가락이 흥겹다.

전주 한옥마을에는 1920~30년대 지은 기와집 700여 채가 있어 전통생활 모습과 한옥의 변천사를 엿볼 수 있다. 사람 냄새가 물씬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 주거공간이다. [전주시 제공]

전주 한옥마을에는 근대적 한옥이 많다. 1920~30년대 도시 형성 초기에 지어진 것으로 ㄴ·ㄱ자형이 대부분이다. 농촌 한옥은 一자형, 서울 북촌은 ㅁ자형이 많다. 규모는 99칸짜리 대궐 같은 집부터 서민형 주택까지 두루 섞여 있다. 한옥마을은 조선시대의 생활문화를 온전하게 보전하고 있다. 주변에 객사·풍남문·경기전·향교 등 역사적 문화재가 많아 전통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국내·외 관광객이 해마다 130만 명씩 찾는 명소가 됐다.

◆1920년부터 형성=전주 한옥마을은 1920년대에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당시 전주 지역에 일본인이 늘어 곳곳에 일본식 가옥이 들어서자, 유지들을 중심으로 일본인에게 ‘우리 것’의 자리를 내줘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한옥마을이 형성됐다.

한옥마을 일대는 60년대까지만 해도 전주의 생활 중심지였다. 내로라하는 명문가와 부자, 관리들이 이곳에 몰려 살았다. 하지만 아파트 시대가 열리면서 한옥마을은 빠른 속도로 퇴조했다.

특히 77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돼 집을 개조하거나 신축할 수 없게 되면서 빗물이 새는 집도 고치지 못하는 등 불편이 커지자 주민들이 하나둘씩 신개발지로 떠났다.

99년 전주시가 이곳을 전통문화특구로 지정하면서 한옥마을은 영화를 되찾아 가고 있다.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계기로 한옥마을 일대를 전통문화 체험 테마마을로 조성하면서 ‘찾아오는 한옥마을’로 변모했다.

전주 한옥마을은 도시의 한옥 주거공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다른 지역의 관광 기능 위주 ‘민속촌’과는 구별된다. 민속촌 집들은 생활이나 삶과 단절된 반면 전주 한옥마을은 주민들이 거주하기 때문에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압축돼 있는 생활사 박물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풍성한 볼거리=전주 한옥마을 주변에는 전통문화 시설이 많다.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전주천 변에 있는 전통문화센터의 한벽극장에선 매일 국악과 판소리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마당에선 전통 혼례 장면이 재현된다.

한옥마을과 담을 잇대고 있는 전주공예품전시관에는 전시박물관인 공예관과 공예 전문 갤러리인 기획관이 있다. 방문객들이 한지·도자·목 공예와 전통 자수 공예 등을 전문가에게 배우는 체험관도 있다. 놀이마당에서는 제기차기와 투호, 널뛰기 등을 즐길 수 있다.

전통 술박물관은 호젓한 분위기 속에서 술 익는 냄새를 음미하며 선현들의 풍류를 엿볼 수 있는 곳. 이강주·송화백일주 등 전주의 전통주를 비롯해 술을 만드는 도구, 술을 담는 그릇, 술 항아리, 잔 등을 전시해 놓고 있다. 또 한지와 합죽선·목공예품·도자기 등을 생산·전시·판매하는 공예품전시관·명품관도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남원 황산벌 전투에서 승리한 뒤 처음으로 조선 건국의 포부를 밝혔다는 오목대와 태조의 어진(초상화)을 모신 경기전, 전주향교, 강암 송성룡 서예관도 한옥마을의 자랑이다.

이 골목, 저 골목을 돌다 보면 근사한 찻집이나 공방들이 반긴다. 비빔밥축제·한지축제 등도 한옥마을 주변에서 펼쳐진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관광명소로 한옥마을을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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