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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표준화로 건축비 반으로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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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전남지사가 처음 한옥을 보급하자고 말했을 때 공무원이나 주민 대부분이 “왜 느닷없이 한옥이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옥은 전남도의 ‘히트 정책’이 됐고, 박 지사의 최고 치적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박 지사는 “우리 지역만이라도 콘크리트를 남용하지 말고 자연적인 소재로 대체해 나가자”고 강조한다. 도로 중앙분리대나 가드레일 같은 것도 콘크리트나 철제 대신 나무로 만들 것을 주장한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의 시멘트 소비량은 5100만t으로 세계 5위다. 국민 1인당 1140㎏(20㎏짜리 57부대)으로 영국 217㎏, 미국 397㎏, 독일 466㎏에 비해 훨씬 많다. 다음은 박 지사와의 일문일답.

박준영 전남지사(왼쪽에서 둘째)가 주영찬 담양 부군수(맨 왼쪽)의 안내를 받으며 담양읍 죽향문화마을에 문을 연 한옥민박 체험장을 돌아보고 있다. [전라남도 제공]

-한옥을 추켜든 이유는.

“선조들이 오랜 세월 경험으로 우리 환경에 맞는 주택을 발전시켜 왔는데 그것이 바로 한옥이다. 하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한옥을 허물고 건축하기 쉽고 싸다는 이유로 시멘트와 슬레이트 지붕 집을 지었다. 건강에도 안 좋고 농어촌 경관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농어촌을 사람이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했고, 도시와 차별화되는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한옥 이외에 대안이 없다고 판단했다.”

-지사 공관과 비즈니스센터를 전통양식으로 건축해 돈이 많이 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는데.

“한옥 보급을 위해 솔선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공관에 한옥을 적용했다. 일반 건물에 비해 건축비가 다소 많이 든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들 잘했다고 말한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견학을 많이 온다. 시멘트로 지었다면 30~40년 뒤 헐고 다시 지어야 하지만, 한옥 공관은 훗날 문화재가 될 수 있다.”

-한옥의 효과가 크다.

“세 가지를 기대했었다. 우선 주민들의 건강이고, 둘째는 마을 경관을 사람들이 살고 싶게 가꾸는 것이고, 셋째는 마을을 호텔화(village hotel)해 부가 소득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런 기대가 다 이뤄졌다. 게다가 도시 사람들이 한옥을 짓고 살기 위해 전입하면서 인구가 늘고 있다. 땅값도 오르고 있다. 혹시 외지인의 전입이 어렵게 될까봐 땅값이 뛰지 않도록 유도할 정도다. 그 외에 관광객이 찾아오고,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일에 참여하는 등 지역공동체가 복원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옥 붐이 지속되려면 건축비를 낮추는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건축비가 평당 700만~800만원이나 됐다. 조립이 가능하게 표준설계도를 만들고 한옥 건축업을 기업화하도록 유도했다. 지금은 평당 400만원 선으로 낮아졌다. 그래도 농촌에서는 부담이 커 보조금을 주고 융자도 해준다. 설계부터 자재 생산까지 표준화하고, 내년부터는 한옥 전문 업체만 시공하도록 제한하겠다. 지원 방법도 융자로 점차 전환하겠다.”

-농어촌까지 콘크리트로 뒤덮이고 있는데.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은 자원이 한정돼 있다. 유한한 자원은 후손을 위해 아껴 써야 한다. 그러나 나무는 계속 생산할 수 있다. 썩으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목재도 원목으로만 사용하는 것은 전근대적이다. 일본 등에서는 잡목 나뭇조각을 붙여 압축한 집성재로 야구 돔 구장을 건립하고 교량도 놓는다. 우리 도는 ‘녹색의 땅’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친환경 지역개발 조례를 제정했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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