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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판이 바뀌었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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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호 30면

지난주 인도 주식시장은 통제 불능이었다. 집권당의 총선 압승이라는 초대형 호재로 인도 증시가 폭등해 처음으로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센섹스 지수가 하루 새 17% 올랐다는 사실이 모든 걸 말해준다. 인도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다. 총선에서 대승을 거둠으로써 만모한 싱 총리는 인도 개혁에 걸림돌이 되었던 군소 정당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졌다.

인도 선거는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 사항이다. 선거 결과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이번 선거 결과로 차기 아시아 경제 패권이 중국에 넘어갔다는 평가도 일단 유보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가 내년 인도 경제 성장 전망치를 종전 4.4%에서 5.8%로 높인 것은 타당하다. 앞서 지난달 골드먼삭스가 내년 중국의 경제 성장 전망치를 9%에서 10.9%로 높인 것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골드먼삭스의 전망은 글로벌 경기 회복을 전제로 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다. 중국은 수출 의존적인 경제다. 글로벌 수요가 줄고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했다.

물론 인도 경제 현실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인도는 중국처럼 인위적으로 돈을 쏟아부어 경기를 부양할 수 없다. 외환보유액도 중국은 2조 달러에 달하는 반면, 인도는 고작 2460억 달러에 그친다. 인접한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도 문제다. 인도는 파키스탄·네팔·미얀마·방글라데시 등은 물론 중국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외교적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국과 인도의 결정적 차이는 수출이다. 인도는 중국처럼 수출의 노예가 아니다. 경영 컨설턴트인 윌리엄 노브레가가 이번 인도 총선을 “(인도 경제의) 판을 바꾼 사건”이라고 부른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싱 총리는 영국 옥스퍼드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다. 인도가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룩한 1990년대 시장 변화를 주도했다. 그러나 2004년 이후 비효율적이고 부패한 행정부 시스템을 개혁하는 데는 별 진전이 없었다.

이제 변화할 때가 됐다. 현재 싱 총리에게 실리는 권한은 대단하다. 총선 압승으로 개혁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또 글로벌 경제 위기로 경제 살리기가 급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인도가 변화하려면 지금이 적기다. 사회적 인프라를 향상시키고 부패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최근 조사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인도는 알바니아 등은 물론이고 중국보다도 순위가 처졌다.

싱 총리와 소냐 간디 국민의회당 당수는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인도는 현재 정체 상태다. 그러나 인도를 투자가능 등급보다 두 단계 아래로 평가했던 무디스는 지난주 선거 후 이를 상향 조정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싱 총리 이후의 차기 지도자는 이미 다음 세대로 넘어갔다. 소냐 간디 국민의회당 당수의 아들, 38세의 라훌 간디는 떠오르는 스타다. 인도에서는 지금 세대 변화가 급격히 이뤄지고 있다.

라훌 간디는 인도의 미래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인도는 12억 인구 가운데 30%가 15세 이하로 젊다. 65세 이상은 전체 인구의 6%에도 못 미친다. 이러한 젊은 인구 구조는 중국이나 일본을 앞서고도 남는다. 물론 중요한 것은 이런 젊은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적정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더 이상 인도 경제의 연착륙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이제 인도 경제는 이륙할 준비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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