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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지방축제 주민들에 이익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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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축전·축제·박람회 등 다양한 행사를 경쟁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추진 중인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같은 것도 있지만, 자치단체가 주최하는 행사 가운데 전국적인 관심을 끄는 것도 많다.

최근의 예를 들면 ‘하이서울페스티벌2009’ ‘대한민국우수상품박람회’ ‘대한민국청소년박람회’ ‘2009 제주시주민자치박람회’ ‘2009 천안국제 e-스포츠문화축제’ ‘안면도국제꽃박람회’ ‘대한민국자전거축전’ 등이다. 축제 소재도 도자기·분청사기·배추·금사참외·수박·빙어·붕어·게·벚꽃·매화·별초롱·나비 등 다양하다.

인천에서는 8월 9일부터 80일간 ‘내일을 밝히다’는 주제로 ‘2009인천세계도시축전’을 연다. 이번 도시축전의 목적은 동북아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인천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위상을 드높여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있다고 한다. 100개국, 500개 도시, 1500개 기업과 213개 단체에서 각 분야 전문가 25만8000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라고 하니 국민적인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방정부가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고 아이디어를 담아 다양한 축전·축제·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은 지방자치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한 성과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주민 직선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마침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선 자치단체장들은 업적을 통해 주민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으려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각종 행사는 주민들과 관(官) 사이에 상호 작용을 원활하게 촉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치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자치단체장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면서 크게 변한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대민 행정서비스 수준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친절하기로 소문난 은행을 능가했다는 평가도 있다. 또 다양한 국내외 행사를 열면서 지역 홍보는 물론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명품화하려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다. 지역 실정에 걸맞은 짜임새 있는 행사를 통해 전통문화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행사들이 한때의 유행이 되지 않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먼저 실속을 생각해야 한다. 주민들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선거를 의식한 단체장 개인의 홍보성 행사는 지양돼야 한다. 또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이벤트성 행사를 개최해 혈세를 축내는 일도 사라져야 할 것이다.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속 빈 강정과 같은 행사를 개최해 예산을 낭비해선 안 된다. 이와 함께 모든 행사의 궁극적인 목적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두어야 한다. 행사를 기획하는 초기 단계부터 주민들의 삶을 위한, 주민들의 참여에 의한, 주민들의 행사가 될 수 있을지를 우선적으로 감안해야 한다.

홍득표 인하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