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올해 칸 영화제 수상 결과가 발표된다. 그중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차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제 주최 측은 매년 명망 있는 세계의 감독들에게 출품을 요청하고, 그중 선택된 소수가 대상을 수상할 수 있는 경쟁 부문에 포함된다. 올해의 경쟁부문 출품작은 20편.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포함됐지만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제외됐다.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을 우선한다는 것이 칸 영화제의 표어처럼 돼 있지만 사실 일반인이 보지 못한 영화가 태반이므로 흥행 성적은 반영할래야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심사위원도 매년 전원이 교체되므로 일정한 수상 기준이나 예상 답안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해 심사위원장이 누구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혈 낭자한 액션영화의 대가 쿠엔틴 타란티노가 2004년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이 아니었다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2등상인 심사위원 대상을 받지 못했을 거라는 말은 거의 정설처럼 되어 있다.
물론 심사위원장의 스타일을 너무 과신해서도 안 된다. 2002년에는 ‘트윈 픽스’의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으면서 초현실적 작품이 수상작이 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황금종려상은 예상 외로 로만 폴란스키의 점잖은 전쟁 서사시 ‘피아니스트’에 돌아갔다.
송강호가 한 인터뷰에서 말했듯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므로 금메달(황금종려상)을 따느냐 못 따느냐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전례를 살펴볼 때 황금종려상의 수상은 어느 한 해의 출품작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위대한 업적을 세운 감독은 뒤늦게라도 상을 챙겨 주는 것이 칸의 미풍양속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국보 감독 구로자와 아키라의 영화들 중 ‘가게무샤’를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칸 영화제는 80년, 이 작품을 통해 70세의 노장에게 황금종려상을 선물했다. 마치 ‘그동안 상을 못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사인처럼.
송원섭 JES 엔터테인먼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