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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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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칸 영화제의 대상은 황금종려상(Palme d’Or)이라고 불린다. 1939년 시작된 이 영화제의 대상은 1954년까지 그냥 그랑프리라고 불렸지만 1955년부터 칸의 상징인 종려나무 잎새를 디자인에 활용한 황금종려상이 등장했다. 49년 시작된 베니스 영화제가 황금사자상을, 52년 베를린 영화제가 황금곰상을 시상하자 자극을 받았다는 설도 있다.

24일 올해 칸 영화제 수상 결과가 발표된다. 그중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차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제 주최 측은 매년 명망 있는 세계의 감독들에게 출품을 요청하고, 그중 선택된 소수가 대상을 수상할 수 있는 경쟁 부문에 포함된다. 올해의 경쟁부문 출품작은 20편.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포함됐지만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제외됐다.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을 우선한다는 것이 칸 영화제의 표어처럼 돼 있지만 사실 일반인이 보지 못한 영화가 태반이므로 흥행 성적은 반영할래야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심사위원도 매년 전원이 교체되므로 일정한 수상 기준이나 예상 답안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해 심사위원장이 누구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혈 낭자한 액션영화의 대가 쿠엔틴 타란티노가 2004년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이 아니었다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2등상인 심사위원 대상을 받지 못했을 거라는 말은 거의 정설처럼 되어 있다.

물론 심사위원장의 스타일을 너무 과신해서도 안 된다. 2002년에는 ‘트윈 픽스’의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으면서 초현실적 작품이 수상작이 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황금종려상은 예상 외로 로만 폴란스키의 점잖은 전쟁 서사시 ‘피아니스트’에 돌아갔다.

송강호가 한 인터뷰에서 말했듯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므로 금메달(황금종려상)을 따느냐 못 따느냐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전례를 살펴볼 때 황금종려상의 수상은 어느 한 해의 출품작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위대한 업적을 세운 감독은 뒤늦게라도 상을 챙겨 주는 것이 칸의 미풍양속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국보 감독 구로자와 아키라의 영화들 중 ‘가게무샤’를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칸 영화제는 80년, 이 작품을 통해 70세의 노장에게 황금종려상을 선물했다. 마치 ‘그동안 상을 못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사인처럼.

송원섭 JES 엔터테인먼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