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멀리로 데려가는 고마운 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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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인도 카슈미르 인더스계곡. 드록파족은 꽃을 좋아해서 항상 머리에 야생화를 꽂고 살아간다. 꽃이 자라지 않는 계절에는 꽈리의 열매나 인조꽃으로 모자를 장식한다


 1987년 아프카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을 따라 이어지는 힌두쿠시 산맥과 훈자 지방을 지나던 사진가 박종우(51)씨는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당당한 설산(雪山)에 압도당했다. 생애 첫 히말라야 여행을 떠났던 그는 하늘을 가득 채운 장엄한 설산과 조우하던 그 순간, “갑자기 히말라야가 내 삶 속에 커다란 비중으로 들어앉는” 체험을 했다. 그때부터 박씨 카메라는 히말라야와 그 웅장한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향해 초점을 맞췄다.

박종우 사진집 『히말라야: 20년의 오디세이』(에디션 제로)는 제목 그대로 히말라야에 혼을 들려 수없이 히말라야를 경배했던 한 사진가의 기록이다. 중견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차마고도’ ‘사향지로’ 등 세계의 오지를 누볐던 박씨는 이 첫 사진집에서 기록사진의 새 경지를 보여준다.

사진가 강운구씨는 박씨 사진집에 이런 발문을 달았다. “박종우의 사진은 자극적이지 않다. 주관과 객관이 박종우의 내부에서는 다투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는 평정된 시선으로 자연스러운 영상을 거둬들인다. 그런 사진들은 강요하지 않으면서 수월하게 우리를 멀리로 데리고 간다. 고맙다.”

23일 오후 4시 서울 대학로 인문예술 전문서점 ‘이음아트’에서 박종우씨 초청강연 및 팬 사인회를 겸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사진집에 실린 사진은 31일까지 부산 고은사진미술관(051-746-0055)에서 볼 수 있다. 02-745-9758.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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