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 주민들이 관리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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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줄어든 수입과 물가상승으로 아파트 관리비가 부담스러워지자 비용절감을 위해 아파트주민들이 발벗고 나섰다.

수원시 구운동 삼환아파트 1천6백80가구 (22평~39평형) 는 이미 지난해초 관리비 절감에 나서 전년보다 약 5억원을 줄였다.

아파트 관리에 필요한 유류.자재등을 구입할 때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공개입찰로 선정한 것이 관리비 절감의 비결. 난방용 유류를 공장도가 보다 ℓ당 10원이 낮은 가격에 사들여 1년간 2억7천만원을, 아파트 청소 용역비도 평당 1백92원에서 1백45원으로 낮춰 2천7백여만원의 절감효과를 보았다.

주민의 꼼꼼한 감시활동도 '새는 돈' 을 막는 데 한 몫을 했다.

아파트 청소와 외벽을 단장할 때 손을 대지 않았던 부분까지 전부 포함시켜 비용을 산정한 점을 발견, 3천5백만원을 쓰지 않을 수 있었던 것. 또 정화조청소의 경우 오물수거트럭이 얼마나 오물을 가득 퍼 담았는가를 일일이 조사, 전년에는 1백2대분이었던 것이 불과 31대 분량임을 밝혀내 2백80만원을 절약하기도 했다.

이외에 보일러 청소나 화재보험가입.물탱크청소등도 모두 공개입찰이나 철저한 감시로 낭비요소를 대폭 줄인 덕에 가구당 연간 약 30만원의 관리비를 덜 내게 된 것. 주민들이 아파트관리감독에 보탬이 되도록 동대표들을 전기기사나 보일러기술자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 뽑았던 것이 효과를 발휘한 셈. 이 아파트 동대표회장 박천우 (45.장안전문대 교수) 씨는 "수의계약으로 관리업체를 선정하면 5~30%까지의 리베이트가 오갈 가능성이 많다" 면서 "동대표는 사심없이 뛸 정직한 사람들 뽑는게 중요하다" 고 전했다.

서울 잠실동 우성아파트 1천82세대 주민들은 경비인원절감과 난방시스템개선등으로 가구당 (32평.겨울기준) 약 8만원의 관리비를 줄인 케이스. 26개동의 외곽에 4개의 경비초소를 신설해 도난의 위험을 줄이는 대신 단지내 경비와 기술인력은 1백69명에서 91명으로 줄여 월 7천8백만원을 절감했다.

엘리베이터 닫힘버튼은 아예 없애 한대당 하루 1천원, 단지내 64대 엘리베이터에서 하루 6만4천원을 절약. 이 아파트 최용식 (71.전 한전직원) 동대표회장은 "처음에는 불편을 토로하던 주민들도 관리비가 줄어들자 대단히 만족해 하고 있다" 고 전했다.

구리시 교문동 동양고속.대우 아파트 (6백80가구) 주민들도 주차장등의 전등을 3분의 1수준으로 줄인 결과 전력소모량이 지난해 1월 4만1천㎾에서 올해는 3만7천여㎾로 줄었다.

또 난방도 날씨를 보아가며 조절한 결과 올 1월 LNG가스 소모량은 20만㎥로 작년 1월에 비해 3만㎥가 줄어 7백50만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 주민들은 "IMF시대를 맞아 관리비내역을 점검해 본 결과 의외로 낭비요소가 많았다" 며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모으면 적지 않은 절약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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