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엘리트가 바뀐다]2.떠오르는 진보세력…김대중대통령의 이념적 좌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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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까지 대한민국의 이념적 중심세력은 보수와 우익이었다.

6.25를 체험한 세대가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이 결정적 작용을 한 결과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정부의 출범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더 이상 대한민국이 우파의 천국으로 남을 수 없게 됐다.

그런 조짐은 여러가지로 감지된다.

가장 큰 것이 전교조 (全敎組) 합법화다.

우파에선 전교조 구성원들 가운데 역대정부의 정통성과 건국이념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교사들이 있다면서 우려를 표시한다.

다음이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 우파들은 급진 사회주의 정당의 출현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金대통령의 자주국방 관련발언도 시비 대상이 됐다.

金대통령의 관련발언이 확대 내지 왜곡 해석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어쨌든 우파들은 군비축소로 이어질까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인사에 대한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현재 주목을 받고 있는 대표적 인물은 청와대 김태동 (金泰東) 경제수석이다.

金수석은 그의 '5도 (盜)' 주장이 보수진영으로 하여금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요인이 됐다.

우파들은 재야단체의 발언권 신장 가능성도 우려하는 모습이다.

경실련.참여연대.민변.환경운동연합 등의 활동은 지난 대선 이후 크게 활성화됐다.

DJ에 대해 때론 비판적이면서도 우호적 시각을 갖고 있는 이들 사회단체가 다수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조직일 수 없다는 것이 기존단체들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金대통령은 야당시절 세계 최고 수준의 국민소득과 사회복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좌파와 우파가 정권을 주고받는 북유럽 모델에 대해 긍정적 평가와 관심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몇몇 현상들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의 노선과 정책이 과거 정부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金대통령 역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양대골간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DJ는 극우 (極右)가 아닐 뿐 보수 우파다" 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金대통령이 설파해온 '대중경제' 의 '대중 (大衆)' 이 구 (舊) 정권에 의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곡해됐을 뿐 두 이념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는 것이다.

한편 金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에 대해 우파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진의를 설명하거나 집행을 유예하는 등의 방식으로 우파와의 충돌을 피하고 있다.

북한정권이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金대통령의 운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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