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영화상영 사이트를 가다…국내서 2곳 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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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 영화관에는 입장료가 없다.

상영시간은 스스로 정할 수 있으며 잠시 쉬었다 감상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일반 극장에서는 만나기 힘든 영화가 주로 상영된다.

그게 어디냐고?

이름하여 '사이버 영화관' .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사이트 말이다.

'인디 시어터' (http://www.shinbiro.com/@film) 라는 곳에 가보자. 제1회 국제독립영화제에 출품됐던 '마담푸코의 추' '놀랬지!' 등 외국 작품과 '지하생활자 (김대현 감독)' '백색인 (봉준호)' 같은 우리 독립영화가 '개봉' 되고 있는 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3월 개설된 이곳에서는 이미 '사로 (정지우 감독)' '어머니 (문승욱)' 등이 상영된 바 있다.

이 사이트는 인터넷 컨설팅 업체 칼스콤이 독립영화 단체인 문화학교 서울.인디라인과 손을 잡고 만들었는데 서버제공은 통신업체 아미넷이 맡았다.

또 다른 영화관은 '10만원 비디오 영화제 (http://www.iWorld.net/Entertainment/Movie/videofest)' .비디오 카메라를 이용해 값싸면서도 실험성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열리는 이 영화제의 출품작이 선보인다.

3회 대상작인 애니메이션 '처크' 를 포함해 다양한 작품의 '안방 감상' 이 가능하다.

통신업체 아이네트가 다양한 문화를 소개한다는 차원에서 영화제 사무국과 함께 개설한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세계적으로도 활발하다.

'더 싱크 (http://www.thesync.com)' 는 대표적인 경우. 이곳에는 '노스페라투' 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등 고전 장편영화 전편이 서비스되고 있다.

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독립영화 20여편도 '동시상영' 중. 또 이곳에서만 상영하는 '월 오브 샌드' 라는 1백15분짜리 극영화도 있다.

이외에도 매월 한편씩의 영화를 소개하는 'AFI 온라인' 이나 6명의 감독이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는 '디렉터 언노운' , 과격하고 실험적 독립영화가 상영되는 '인티미트 시어터' 도 잘 알려진 사이버 영화관이다.

사이버 영화관이 가능해진 것은 PC의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되고 동영상의 압축기술이 발전한 덕이다.

또 리얼 플레이어.스트림 워크스 등 동영상 소프트웨어의 개발도 한몫했다.

그런데 사이버 영화관의 상영작이 거의 독립영화인 이유는 뭘까. 우선은 작품의 길이. 현재의 네트워크 여건상으로는 상영시간이 20분을 넘지 않는 독립영화가 전송상 적합하다.

배급 문제도 크게 작용한다.

독립영화는 일반 상영관에서 좀체로 개봉할 수 없으므로 공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보다 많은 대중에 선보이자는 것. 또 상업적 목적과는 관련이 없는 작품이 대부분이므로 저작권 문제가 거의 없다는 이점도 있다.

물론 사이버 영화관에도 치명적 문제가 있다.

우선 멀티미디어 PC와 고속모뎀을 갖추지 않으면 접근이 불가능하다.

일반 전화선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정지화면만 골똘히 바라봐야 하는 경우도 많다.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화면과 좋지 않은 화질 또한 감수해야 한다.

기술적 문제가 극복되더라도 저작권과 이용요금, 선정성만을 앞세운 영화의 창궐, 이질적 문화의 유입 등도 문제로 떠오를지 모른다.

그러나 이같은 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사이버 영화관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칼스콤 이근식 팀장의 이야기. "불과 2년전만 해도 동영상 (動映像) 을 전송할 수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동영상 압축.재현 기술도 빠른 시일내에 놀랍게 발전하리라 봅니다.

" 이와 함께 초고속 전송망이 구축된다면 PC로 비디오 수준의 화질로 영화를 전송받는 것도 가능해진다.

하나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가위질' 을 하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당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사이버 영화관의 도래는 한낱 말장난에 불과할 것이다.

정보의 흐름이 자유로울수록 제 기능을 하는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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