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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스펙 어떠세요?] 내신 1등급보다 중요한 건 잠재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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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왼쪽부터 안예슬·조은아·최문영·제정홍군.

부산 지역 고교에 다니는 네 명의 학생이 부산대 입학사정관 전형 중 하나인 효원인재 전형(91명 모집)에 지원했다. 이들은 자기소개서에서 각각 우수한 내신성적과 과학탐구대회 수상 경력, 꾸준한 독서 경험 등을 자신의 강점으로 부각시켰다. 사정관들은 지난 14일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검토를 거쳐 모의 면접까지 봤다. 이들은 “효원인재 전형에서 교과성적은 1단계(교과 40%+비교과 60%로 모집 정원의 2~3배수 선발) 사정 기준의 하나일 뿐 2단계 심층면접에서는 학생의 발전 가능성과 전공 수학능력만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1등급대의 내신성적을 유지했다고 해도 합격이 보장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교과성적보다는 학생의 잠재력을 주로 보겠다는 얘기다. 특히 지망 학과와 관련한 교과에 가중치를 두기 때문에 평균 내신성적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면접에서는 또 독서활동 경험을 30% 반영한다. 꾸준히 독서를 해온 학생들에게 유리하다. 이날 면접에는 최중옥(70·여·특수교육학과 교수 퇴임)·박원혁(66·생물교육과 교수 퇴임) 명예교수 사정관과 민수영(36·여) 상임사정관이 참여했다.

글=최석호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범례 [1]내신성적 [2]수상 실적 [3]임원 경력 [4]특이사항 [5]봉사 시간[6]장래 희망 [7]평가

왜 지원했는지 뚜렷하게 밝혀라
안예슬 (부산 예문여고 3)- 분자생물학과 지원

[1] 2.2등급 [2]교내상-2007년 교내 과학탐구올림픽(생물분야) 및 2008년 교내 과학탐구올림픽(화학분야) 동상(4위), 2007년 과학독후감 대회 금상(2위) [3]1학년 1·2학기 학급부회장, 2학년 1·2학기 학급회장 [4]전 학년 과학반 활동, 2008년 벡스코 과학축전 참가(황금모래 만들기) [5]112시간 [6]생명공학 연구원 [7]“전 학년에 걸쳐 과학반원으로 활동한 경험과 과학축전 참가 경험, 교내 과학탐구 올림픽 수상 실적 등으로 볼 때 과학 분야에 대한 능력은 충분한 학생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나타내는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자기소개서에서 경험에 비춰 분자생물학과 지원 동기와 진로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세요.”

안예슬양은 고교 전 학년에 걸쳐 과학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학년 때는 중등과학발명교실에 참가했고, 2학년 때는 부산과학축전에서 황금모래 만들기를 주제로 과학탐구 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등 과학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교내 과학탐구 올림픽에서 생물·화학 분야 수상 실적을 가지고 있다. 박원혁 사정관은 “관심 분야 비교과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내신성적도 2등급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1단계 통과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기소개서에서 뚜렷한 지원 동기를 밝히지 못했다는 게 단점이다. 과학반 활동을 통해 분자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표현해야 한다. 박 사정관은 “활동 경험과 진로 계획의 연관성은 면접의 주요 평가요소”라며 “분자생물학과에 입학해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분야 등 참신한 아이디어까지 고민해 본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문학 소양 살려 인문계 지원 어떨까
조은아 (부산 예문여고 3)- 건축학과 지원

[1]4등급 [2]교내상-2008년 춘·추계 교내백일장 대회(운문 부문) 장원(1위), 교외상-2009년 부산시민예술제 글짓기(운문) 장원(1위) [3]1학년 1·2학기 학급 부회장 [4]교내외 글짓기대회에서 꾸준한 수상 실적 보임, 아버지가 건축사 [5]47시간 [6]화학공학자 [7]“화학공학자를 희망하는 학생이 건축학과를 지원했을 때는 자기소개서에서 명확한 진로 계획을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조은아양은 왜 건축사가 되고 싶은지를 풀어내지 못했습니다. 수상 실적으로 봤을 때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나고, 독서 경험도 풍부한 학생으로 보입니다. 부산대 입학사정관 전형은 교차지원이 허용됩니다. 전공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조은아양의 아버지는 건축사로 일하다 얼마 전 사정이 어려워져 지금은 건설회사에 다닌다. “왜 건축사가 되고 싶으냐”는 사정관들의 질문에도 “아버지의 영향으로 얻은 건축사 관련 지식을 토대로 멋진 건물을 짓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사정관들은 “비교과나 독서 분야에서 모두 건축업과 관련한 어떤 경험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끼워맞추기식 진로 계획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충고했다.

대신 조양의 학생부에는 꾸준한 독서활동 경험이 기록돼 있었다. 교내 백일장부터 교외 예술제 글짓기대회까지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면접에서 독서 관련 지식을 물었을 때 읽었던 책에 대한 자신의 느낌과 가치관을 뚜렷하게 말했다. 민수영 사정관은 “책에 대한 소양이 풍부한 학생이다. 분명한 강점이 있는데, 강점을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효원인재 전형에서는 교차지원이 허용되는 만큼 국어국문학과 등 인문계 쪽으로 지원하면 합격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 이기고 1등급’ 내세워라
최문영 (부산사대부고 3)- 무역·국제학부 지원

[1]1.8등급 [2]교내상-전 학년 학업우수상, 2008년 한글날 기념 교내 백일장 장원(1위) [3]없음 [4]자기소개서에 ‘외국어 구사능력 뛰어나다’고 밝힘, 불우한 가정환경(부모 이혼) [5]56시간[6]정치가 [7]“무역·국제학부 지원자를 면접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외국어 능력’입니다. 최군의 경우 자기소개서에서 외국어 능력이 뛰어나다고 부각시킨 점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면접에서 ‘외국어로 대답해 보라’는 사정관의 요구에 응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감점 요소였습니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공부를 잘했다고, 무조건 좋은 점수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자기소개서에서 환경 극복 과정을 상세히 표현해 ‘노력’ 부분을 부각시키세요.”

최문영군은 자기소개서에서 어학능력을 자신의 재능으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면접에서 “어학에 자신이 있다면 영어로 답하라”는 사정관들의 요구에 응하지 못했다. 최중옥 사정관은 “무역·국제학부 면접에서 가장 많이 보는 건 어학 실력이다. 그런 면에서 ‘어학 능력이 뛰어나다’는 최군의 자기소개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그러나 정작 면접에서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진실성을 의심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치인이 꿈인 최군. 그러나 그의 학생부 독서활동 기록에는 사회과학 관련 서적을 읽었다는 근거가 없다. 민 사정관은 “지원 분야와 관련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건 열정이 부족하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부모의 이혼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1등급대의 내신성적을 유지했다는 건 최군의 최대 강점이 될 수 있다”며 “자기소개서에서 고난 극복 과정을 부각시킬 것”을 권유했다. 사정관들은 최군에게 고교생활 우수자 전형에 지원할 것을 추천했다.

내신 끌어올리고 ‘와일드 카드’ 노리길
제정홍 (부산사대부고 3)- 국어국문학과 지원

[1]4.6등급 [2]교외상-2008년 창의력 올림피아드 영남 예선대회 동상, 2009년 대한민국 청소년 모의국회 은상 [3]2학년 1·2학기 학급 부회장, 1학년 힙합반 반장 [4]학생부상 2학년 담임 “담임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학생”으로 평가, 부산 금정도서관 ‘독서토론활동’ 참가(1주일 한 차례) [5]26시간 [6]외교관 [7]“면접에서 독서를 많이 한 학생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산대 면접에서는 독서활동 경험을 많이 봅니다. 그러나 내신성적이 부족합니다. 지난해 합격생들의 평균 내신은 3등급 중반대였습니다. 3학년 내신성적을 올리고, 자기소개서에서 독서활동과 국어국문학과 지원 동기를 확실히 연결시키세요. 독서 활동을 뚜렷하게 부각시킨다면 와일드카드제도 가능한 학생입니다.”

제정홍군의 강점은 꾸준한 독서활동이다. 고교 시절 동안 독서동아리 활동을 해왔고, 2학년 때는 동아리장을 맡기도 했다. 또 지난해부터는 개인적으로 부산 금정도서관에서 열리는 ‘독서토론활동’에도 참가하고 있다. 수험 생활 중에도 1주일에 책 한 권씩은 읽고 있다. 최 사정관은 “독서를 통해 글쓰기에 관심을 가졌고, 전문적인 공부를 위해 국어국문학과에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부각시킨 자기소개서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4등급대의 교과성적이다. 민 사정관은 “지난해 효원인재 전형 합격생들의 내신성적은 3.12~3.62등급 정도였다”며 “3학년 내신성적을 올리는 게 급선무다. 특히 국어국문학과에서 가중치를 두는 국어·영어 성적을 보완하라”고 조언했다. 와일드 카드제도 노려볼 만하다. 민 사정관은 “금정도서관 독서토론 활동에서의 특별 활동을 증빙서류로 제출하고, 자기소개서에서 국어국문학을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를 피력하면 합격 가능성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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