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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대선때 '김대중 죽이기' 검찰수사…주모자 찾기가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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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 정부가 안기부에 대해 내심 가장 언짢게 생각하는 대목은 대선 당시의 '북풍 (北風) 공작' 개입 문제다.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수사로 전모를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 이라는 게 새 정부 핵심부의 판단인 듯하다.

이종찬 신임 안기부장이 안기부의 어느 선까지 손댈지 주목된다.

여권 내부에서 북풍 공작혐의를 두고 있는 내막을 들여다보면 안기부 인사의 수위를 짐작할 수 있다.

◇ 오익제 (吳益濟) 편지사건 = 대선 중반에 터진 이 사건을 차관급 P씨 지휘아래 추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충남 출신인 1급 L씨가 태스크 포스 팀장이며 3급 P씨는 한나라당 정형근 (鄭亨根) 의원의 직계로 'DJ죽이기' 에 앞장섰다는 것이다.

또다른 1급 L씨는 오익제 기자회견의 평양방송 녹화테이프를 방송사에 제공한 뒤 방영을 강요했다는 것이며 3급 S씨는 북풍공작 후속기획을 했다고 한다.

또 1급 K씨는 대선기간중 기자들과 만나 오익제와 DJ의 연관성을 퍼뜨렸다는 것이다.

3급 L씨는 오익제 편지사건 수사와 대 (對) 국민회의 공개질의서를 작성했다.

그밖에 3급 K.C.L씨 등은 오익제 편지를 안기부 전 지부에 급히 보내 배포케 했다는 것이 국민회의와 현정부 내부의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 DJ 중병설을 퍼뜨린 혐의로 S씨가 거론되고 있다.

◇ DJ와 북한 고위층의 관련설 = 대선 막바지에 터진 이 사건에 대해 현정권은 위장공작이라고 규정한다.

안기부가 북한 고위층과 알고 있는 재미교포 윤홍준 (32.구속) 씨를 사주해 중국.일본에서 "DJ는 북한 고위층과 연결돼 있다" 는 기자회견을 갖도록 종용했다는 것이다.

이 작업은 3특보실과 203실의 합동작품이라는 게 여권의 초기 조사 결과다.

L실장 (1급) 과 S단장 (2급) 이 조사대상에 올라 있다.

국민회의는 대선 당시 한나라당 C의원의 공작 연계설을 주장한 바 있다.

10만달러를 건넸다는 첩보도 있다.

◇ 검찰수사 =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현재까지 안기부 6급 직원인 李모 (31) 씨가 윤홍준씨에게 북한의 김대중후보 자금 지원설을 유포케 한 책임자라고 밝히고 있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정보기관의 생리상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李씨의 직급이 그 정도의 작업을 주도하기엔 너무 하위직이어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고 말해 검찰수사가 안기부 고위직에까지 확대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93년 3월 문민정부 출범직후 서울 남부지청에서 벌였던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사건 (일명 용팔이사건)' 수사와 흡사하다.

시기 (새정부 출범직후).수사 주체 (남부지청)가 같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당선자가 직접 피해를 본 사건을 수사한다는 점에서 똑같다.

따라서 이번 수사의 결과도 93년 '용팔이사건' 수사와 비슷한 방향으로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시 검찰은 87년 벌어진 과거사를 끄집어내 이택돈 (李宅敦) 전의원 등에게 6억원을 주고 창당 방해사건을 사주한 혐의로 장세동 (張世東) 전안기부장을 구속했었다.

이번 수사도 안기부의 조직적인 개입 혐의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고 관련자 모두 공직선거법 (허위사실 유포) 위반혐의 공범으로 처벌될 게 분명하다.

김석현·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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