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안기부 대규모 숙정 착수…'정치공작' 관련자 전원 퇴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대대적인 안기부 조직개편 작업과 함께 인사 숙정 (肅正) 이 추진되고 있다.

여권은 구 (舊) 정권 아래서 안기부가 벌였던 정권안보차원의 정치공작과 대북 (對北) 공작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 인사들을 전원 퇴진시킬 방침이다.

특히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정부의 중립방침에도 불구하고 '반 김대중 (金大中)' 활동에 가담했던 핵심 안기부 간부들과 과거 정권의 특정인맥 청탁으로 특혜를 받아왔던 인물들에 대해 이미 구체적인 퇴진 대상자 명단을 작성했으며 이들의 활동내역도 파악해 놓은 상태다.

대선 당시 오익제 (吳益濟) 편지사건과 관련해서는 공작에 가담했던 15명의 안기부 고위인사 명단은 물론 정확한 임무와 지휘체계 및 활동사항까지 확보, 사실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과거정권 인맥 인사들도 김현철 (金賢哲) 계, 김기섭 (金己燮) 전차장계, 안기부차장 출신인 정형근 (鄭亨根.한나라당) 의원계 등으로 분류, 10명의 명단을 작성해 어떤 경위로 특혜를 받았고 그동안 안기부내에서 어떤 활동을 벌였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여권은 이처럼 안기부가 국가 정보를 전담하는 비밀 조직으로서의 특성이 퇴색되고 원칙을 무시한 인사관행 등으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데에는 이들 문제 인사들의 월권행위 등이 원인중 하나였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 문제인사들을 전원 퇴진시키기로 했으며 대대적인 안기부 개혁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여권은 안기부 개혁의 기본을 '최고의 국가정보기관' 에 두고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운영방식 등을 참고하고 ▶유사 중복기구를 통폐합하면서 고위직급을 하향 조정하며▶대북.마약.테러.외사.경제.첨단기술 산업분야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인사 (人事) 제도 개편방안에는 정보기관 특성에 맞는 호봉제.담당관제 도입검토 등도 포함돼 있다.

여권은 또 안기부 사업비 및 정보예산 집행내역을 안기부장과 기조실장.지출관 3명만이 파악하는 등 예산집행의 전횡과 그로 인한 부패 부조리의 만연 재발을 위해 그동안 진행된 주요 시설물공사.장비.사무용비품 계약에 대해서도 조사, 비리여부를 규명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착공한 정보연수원 신축공사 (2천5백억원 소요) 등 각종 공사가 일시에 착공됨으로써 비리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을 적시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시킬 계획이다.

한편 이종찬 (李鍾贊) 국가안전기획부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안기부가 보다 생산적이고 건강한 선진 정보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 개혁과 함께 그동안 누적된 인사병폐의 과감한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 고 밝혔다.

李부장은 "지역이나 학연 또는 사적 계파나 조직이 기득권을 행사해온 병폐를 일신하고 확고한 국가관 아래 유능함과 성실함만이 유일한 배경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조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 며 이같이 말했다.

신성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